"아, 좀 하지말라고!!! 찢어진다고!!!"
"히히힛. 좋아해, 조로."
울그락불그락해진 얼굴의 조로가 제 복대로 파고드는 루피의 볼을 쭈욱 잡아당겼다. 당기면 당길수록 늘어나는 루피의 볼에 애초에 아픔을 선사해 주려 했던 그의 의도와는 달리 실실 쪼개는 루피의 얼굴이 커지기만 하자 도리어 화가 뻗치는 그.
"그러니까 복대에 두 사람은 못 들어간다고!"
"괜찮아, 난 고무인간 이니까!"
"안 괜찮...! 헉?"
뿌직.
뭔가 위험한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새 엉덩이까지 밀어넣고 있는 루피의 몸이 잠깐 정지했다. 아니겠지. 아닐거야. 조로는 악착스레 루피를 잡아당겼지만 고무인간이 괜히 고무이겠는가. 늘어나기만 할 뿐 도저히 줄지 않았다.
"윽, 야... 루피!!"
뿌드득. 뿌득.
"조로, 이거 이상한 소리나! 재밌다!! 뭐야, 안에 뭐가 든 거야?"
"아무것도 안 들었어!! 그보다 나와! 지금 이거 터지려고 하잖아!"
"흐음. 그래?"
루피는 고개를 갸웃 하더니 미묘한 미소를 씩 지었다. 뭐지, 이 불안감은. 조로가 삐질삐질 식은땀을 흘리며 루피를 올려다보자 그의 가슴을 짚고 복대 안으로 몸을 밀어넣던 루피가 흡 하고 숨을 들이켰다.
"고무고무 풍선!!!!!"
"야!!!!!!!"
뿌지지, 쨔악, 쨕! 쨔쟉!
루피의 몸이 부풀어 오름과 동시에 조로와 루피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담고있던 조로의 복대가 거창한 소리를 내며 갈기갈기 찢겨 날아갔다. 이번에 산 거 마음에 들었는데...! 조로는 방금 흔적을 알 수 없게 찢긴 자신의 복대가 엄청나게 힘들게 구했던 것이라는 걸 깨닫곤 표독스럽게 루피를 노려보았다. 저게 얼마짜리...! 노스블루의 장인이 한땀한땀...!
"이번 건은 용서할 수가 없군. 루피, 결투를 신청한다."
"에에, 싫어!!! 조로랑 내가 결투하면 진 사람이 배를 나가야 하는 걸."
"큭, 젠장...."
아무리 먼지나도록 패 주고 싶어도 결투는 아니었나. 조로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 좋은 묘안을 찾은 듯 검을 도로 검집에 집어넣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응, 뭔데?"
"우리 헤어져."
"하아?"
조로의 갑작스런 이별선언에 루피가 이해를 못한 듯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자, 조로가 이를 으드드득 갈며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나, 너랑 헤어질거라고. 우리 이제 사귀는 사이 아니야. 오케이? 나 겁나 삐짐. 조로의 으르렁거림에 루피가 잠시 침묵 하더니 이번엔 반대편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헤어지자니. 우리, 사귀는 사이였어?"
"하아?"
이번에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린 건 잔뜩 화가 난 조로였다. 지금 뭐라고 한 거냐? 우리... 뭐? 어이가 없어서 넋이 턱 하고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매일같이 뽀뽀에, 포옹에, 키스에, 섹스까지 해 놓고 지금 뭐라고?
뭐라 반박은 해야겠는데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을 정도로 극도의 흥분상태에 도달한 조로는 입만 뻐끔거렸다. 왜 하필이면 이럴 때 주변에 츳코미를 걸어 올 멤버가 아무도 없는지. 루피랑 배를 지키기로 한 게 이렇게 후회될 줄이야.
"그럼 너, 이때까지 날 안은 것도 그냥 아무 의미 없는... 거냐?"
그는 입술을 짓씹으며 또박또박 말한다고 했으나 떨리는 목소리를 감출 수 없었다. 그 뒤에 들려올 대답이 두려워. 루피의 입에서 흘러나올 단어 한마디 한마디가 겁이 나 귀를 막아버리고 싶은 기분. 조로는 마음 속 무언가가 크게 울렁이는 것을 느꼈다. 이 때까지 너와 나는 무엇이었나. 대체 내게 왜 그렇게 잘 해 준거냐. 어째서 매일 밤 나를 그렇게 격정적으로 안았던 거냐.
남자가 울면 안돼. 늘 들으며 자란 조로라 열이 올라오는 눈을 깜빡이며 흐트러진 호흡을 정리하려 애썼으나 보통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에에, 그치만 너 내가 키스하거나 하면 엄청 화내잖아."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말투의 루피. 니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니. 조로는 눈알이 시큰해지며 시야가 어룽거리는 눈물로 가로막힘을 느꼈다. 젠장, 안 울거라고. 안 운다고!
"나랑 섹스할 때도 맨날 울고."
씨발, 그럼 울지 웃냐?!! 조로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루피, 넌 내가 아무랑이나 섹스하는 그런 놈인 줄 알았냐?! 선장이니까 시키는 대로 한다고? 그렇게 봤다면 사람을 잘못 봤다고!"
"조로... 너 울어?"
"씨발... 그래! 운다, 어쩔거냐!! 섹스할 때도 쳐 울고 지금도 쳐 운다고!"
"음~ 그치만 너, 섹스할 때랑 우는 모습이 다른걸."
끝까지 헛다리를 짚는 듯한 루피에게 정나미가 뚝뚝 떨어졌다. 조로는 흐르는 눈물을 거칠게 팔뚝으로 닦아내며 뱃 속에서부터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울분을 거세게 외쳤다.
"몰라서 묻는거냐!! 당연히 다르지!!!!! 머리가 얼마나 돌인거야!!"
"에에? 왜 달라?"
"섹스할 때야 좋아서 우는 거고, 씨발, 지금이랑 비교할 걸 해야지!! 이런 멍청이가 뭐가 좋다고 나도...!!"
주르륵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다시 한번 훔쳐낸 조로는 한 손으로 칼집을 꽉 움켜쥐었다. 더 이상 이 해적단에 남아있고 싶지 않아. 선장이란 놈이 너무 멍청해. 뿌득 하고 이를 간 조로는 바닥에 갈기갈기 조각나 흩어진 복대의 조각을 하나 집어 들었다. 복대 찢긴 것 때문에 홧김으로 말한 이별의 말에, 더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되다니. 자신이 무척이나 비참하고 초라해져 조로는 복대조각을 꽉 움켜쥐곤 몸을 돌렸다.
"다른 애들에겐 미안하지만, 이제부터 나는 혼자 다닐거다. 잘 있..."
조로가 마지막 말을 하려는 찰나, 루피의 손이 조로를 홱 하고 돌리더니 조로의 위로 덮치듯 날아왔다. 쿠당탕 소리를 내며 마루로 넘어진 조로는 쿨럭거리며 제 위에 올라탄 루피를 밀어내려 했으나 고무라는 게 얼마나 성가신지. 밀어내도 밀리지 않고 늘어났다 되돌아 올 뿐이었다.
"뭐냐. 비켜."
"싫어."
"억지 부리지...!!"
고개를 올려 쳐다본 루피의 얼굴은 그 어느때보다 진중했다. 루피가 이런 표정을 지을때를 그는 잘 알았다. 입술을 씹으며 고개를 돌리자 조로 위에 앉은 루피가 강제로 고개를 원위치로 시켜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너... 이때까지 운 거, 좋아서 그랬던 거야?"
"큭, 이제와서 무슨 소리냐. 다 부질없..."
"대답해."
진지한 눈을 한 루피. 조로는 그의 이런 눈빛에 반했었다. 첫 동료가 될 때도, 처음 관계를 맺을 때도. 가끔씩 보여주는 이런 모습에 심장이 크게 요동치곤 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걸 보니 그가 제 안에 꽤나 깊이 들어와 있었나보다. 어느새 그에게 마음을 이만큼이나 내 준 건지. 조로는 제 자신을 자책하며 힘없이 대답했다.
"그래. 좋아서 그랬다. 기분 좋아도 눈물이 난다고, 멍청한 선장님."
"그럼 매번 기분 좋았던 거야? 어제도?"
"...당연하지. 그렇게 자주 해댔는데도 못 느끼면 고자라고."
물론 뒤로 느끼는 거니 고자와는 상관이 없어도. 하지만 굳이 그 말을 덧붙여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씨발... 낮게 욕을 읊조리며 루피를 올려다보자 아까와 다른 분위기로 진지해진 루피. 눈이 반짝거리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 묘하게 뿌듯해 보이는 표정.
"그랬구나!! 조로, 기분 좋았구나! 나랑 할 때!"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고."
이미 배신감은 크게 느꼈는데. 조로는 말을 꾹 삼켰다. 그러나 얼굴 앞의 반짝이는 루피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니가 맨날 우니까 나랑 하는게 싫은 줄 알았어. 그럼 너도 역시 나랑 하는게 좋은거네? 그치? 뽀뽀도 사실 좋은거지?"
"...그 물음엔 그렇다고 해야겠지."
"그럼 우리 사귀는 사이구나!"
"......뭐?"
루피의 말을 정리해 보자니, 항상 관계 시 자신이 아프고 싫어서 우는 줄 알았기 때문에 자신을 싫어하는 줄 알았단다. 원래 연인이란 건 서로 사랑하고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만 좋아하고 조로는 자신을 안 좋아하는 줄 알았기에 연인이라고 생각 못했다는 것. 루피의 얼굴이 태양 아래 핀 해바라기처럼 화사하게 빛났다.
"그러니까 우리 애인이구나! 그치!! 나만 좋아하는 거 아니지?!"
"어...음... 그러니까...."
"나 좋아해?"
직구를 던져오는 루피의 말에 조로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좋다, 루피. 선장으로, 친구로, 그리고 남자로.
그래. 그런 거였나.
루피의 이야기를 듣고 나자 마음이 놓이는 기분과 함께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이런 식의 의사소통 문제 때문에 이 세상에는 헤어지는 사람들이 많군. 조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제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루피는 그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사실을 확실하게 인지하자 민망함과 함께 드는 가벼운 배신감. 내가 이때까지 얼마나 다정하게 해 줬는데, 그걸 몰라?
조로가 루피의 눈을 두 손가락으로 찔렀다. 으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조로 위로 쓰러져 바둥대는 그를 보자 킬킬거리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내가 이때까지 좋아한다는 티를 그렇게 많이 냈는데 그걸 눈치 못채냐? 멍청한 애인 같으니."
"으흐흐흐... 하지만 눈을 찌를 것 까진 없잖아!"
루피가 눈을 채 뜨지 못하고 눈물만 주륵주륵 흘리며 조로의 옷자락을 더듬거려 잡곤 흔들어댔다. 눈을 찌른 건 미안하긴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더 아팠다고? 잠시동안은.
조로는 제가 느낀 배신감의 크기가 이걸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제 주머니에 있던 작은 상자를 꺼냈다. 까만 바탕에 분홍색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그 상자에는 페로나의 얼굴이 귀엽게 그려져 있었다. 이걸 이렇게 쓰게 되는군. 조로는 씨익 웃으며 그 상자를 루피의 앞에 두곤 뚜껑을 열었다.
열자마자 튀어나오는 거대한 크기의 네거티브 유령. 루피를 덮치다시피 쓸고 다시 되돌아 와 상자 안에 들어가는 유령을 보곤 조로는 다시 상자를 닫았다. 위급할 때만 써야 한다고 바락바락 경고하던 페로나가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다. 미안, 위급한 건 아니었어.
네거티브 유령이 통과한 루피는 온 세상의 불행을 짊어진 듯한 표정으로 조로 위에 축 늘어졌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조로의 발닦개가 되고싶어...."
"어이...."
"아아... 오늘의 나는 정말 최악이야... 조로의 모낭충보다 더 최악...."
"야, 루피...!"
"죽고 싶어... 인간 쓰레기야... 다시 태어나면 조로 팬티의 먼지가 될 테야...."
왜 다 나야!! 조로는 미묘한 네거티브에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루피를 밀어내려 했으나 루피는 오히려 조로에가 착 달라붙었다. 마치 끈끈이 처럼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루피의 머리를 몇 번이나 갈겼지만 루피의 네거티브 정도는 혹이 세개가 넘어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시 태어나면 조로의 피부세포가 되어야지... 그러려면 이렇게 붙어있으면 되겠지...?"
"그럴 리가 있냐!!!"
꽈앙-!
다섯번째의 주먹이 루피에게 내려 꽂혔지만 루피는 여전히 붉어진 눈으로 눈물을 질질 흘리며 조로에게 꼭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나. 다음에는 멀리에 있을 때 써야겠군. 조로는 한숨을 내쉬며 루피를 마주 껴안았다. 잠깐동안은, 이렇게. 애들이 돌아올 때 까지만, 이렇게 있자.
*
"쟤네 아직도 슈퍼~하게 껴안고 있는데?"
"어휴, 정말! 언제쯤 떨어질거야! 장 본거 상한다구!"
"나미 씨~♡ 상한 거는 쟤들 먹일테니 걱정 마쎄요♡"
"후후후, 하마터면 밀짚모자 해적단이 붕괴할 뻔 했는걸?"
"어이어이, 로빈. 웃으면서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요호호홋, 젊은 건 좋은 거군요! 부러워서 배가 아플 지경이네요. 아, 저 해골이라 배도 없지만. 요호호홋!!"
"헤에, 그렇구나. 두 사람 그런 관계구나...!"
네거티브 유령의 등장이 있기 조금 전 부터 이미 배 근처에 도착해 있던 다른 일행들은 꼭 달라붙어 껴안고 있는 두 남자들의 애정전선을 훼방놓고 싶지 않아 매너있게 기다려주는 중이었다는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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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헷....
루조로 입니다....ㅎㅅㅎ....
루조로 뭘로 쓸지 고민하면서 연성메이커 한 10개는 돌렸네요.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게 나와서 후닥닥 써 봤습니다! 올레!!
소재는 [헤어지자고? 우리 사귀는 사이었어? / 은근 뿌듯함 / 발닦개] 였어요!!!!!! '▼'
너무 연성을 안하는 게으름뱅이라 백번달성표나 해 볼까 하다가 이렇게 선착으로 한 분의 리퀘를 받아 보았어요. 역시 남의 리퀘라는 생각을 하니 빨리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드네요!!
마음에 드시면 좋겠어요..... ㄴㅅ님... 얼마 전 생일이셨다구!! 축하드려요! 선물로 제 사랑을 드립니다. 넣어두세요.(찡긋 (ㄵ님:필요없어
그리구 저의 조그마한 연성을 바치옵니다♡ 루조로를 다급하게 외치신 늘선님 넘 웃겼ㅋㅋㅋㅋ
맘에 안드시면 매우 쳐 주십쇼!(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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