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원피스
루크로 현대au 선생님-2
wa래비
2015. 2. 9. 00:58
삼 일 만에 찾아간 그 집은 여전히 냉막한 바깥풍경을 내놓고 있었다. 예술가의 집이라면서 이래도 되는건가. 크로커다일은 장갑을 낀 손 그대로 초인종을 두번 눌렀다. 지잉- 지잉 하는 소리와 함께 초인종이 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꽤 오랫동안 사람의 반응이 없었기에 그는 다시한번 벨을 눌렀다. 지잉- 벨 소리가 어떨지 조금 궁금해졌지만 늘 그렇듯 입김과 함께 날려버렸다. 춥군. 크로커다일은 집 안이 따뜻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길게 숨을 내뱉었다. 내뱉어지는 숨이 파슬파슬 눈꽃으로 피어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벌컥 하는 소리가 들리고 황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곧 현관문 앞에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커다란 쇠문을 덜컹거리며 우악스럽게 잡아당기는 소리에 귀가 저려 크로커다일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곧 검고 커다란 현관문이 열리고 집 내부가 보였다.
"안녕하…??"
"안녕, 악어!!!"
문을 열어준 사람은 바르톨로메오가 아닌 화가 루피, 본인이었다. 생각 외로 그가 나왔길래 조금 당황한 크로커다일이 위아래로 그를 훑어보자 그의 차림새는 가관이었다. 이 추운 겨울에 뭘 하던건지 민소매를 입고 반바지 차림에, 심지어 맨발로 나와 있었다. 그러고선 춥다 소리 한번안하고 저를 보며 시시싯 웃는데, 보는 사람이 으슬으슬할 지경이었다.
"안 추운가?"
저도 모르게 말이 멋대로 나와버려 아차 싶었지만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란 듯 작게 점프하는 루피. 으악, 추워!!! 라고 소리치며 크로커다일의 회색 머플러를 확 끌어당겼다. 생각지 못한 움직임에 끌려간 크로커다일은 머플러가 목을 죄어와 켁켁거리며 루피의 팔을 두드렸지만 그는 춥다춥다 외치며 오히려 크로커다일에게 꼭 달라붙었다. 어쩔 수 없이 크로커다일은 그를 제 품에 안고 어기적어기적 괴상한 폼새로 집 안에 들어가야 했다.
집 안에 들어오니 그의 차림새가 이해되었다. 여긴 여름인가? 그는 제 품에서 벗어나 벽난로로 뛰어가는 루피를 보며 발 아래로 차오르는 열기를 느꼈다. 온도차가 이렇게 심하면 감기 걸릴텐데. 크로커다일은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목도리와 코트를 벗어 의자에 얹어두었다. 루피는 벽난로 앞에서 무얼 만들고 있는 와중이었는지 벽난로 앞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가 구부정하게 앉아 무얼 만지작거리고 있자 호기심이 동한 크로커다일이 그의 뒤로 다가가 살펴보았다. 퍼즐 조각이었다.
"퍼즐 하십니까?"
"응. 악어도 퍼즐 좋아해?"
"싫어하진 않습니다만…."
좋아하는 편도 아니지. 크로커다일은 물끄러미 그의 하는 양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퍼즐의 조각을 맞추고 있지 않았다. 그걸로 알 수 없는 기괴한 모형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풀인지 본드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떡칠되어진 퍼즐조각들은 더 이상 퍼즐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민망했다. 점점 더워오는 탓에 벽난로에서 조금 물러난 크로커다일은 제 셔츠의 윗단추 두어개를 풀어냈다. 덥군. 이상하리만큼 더워. 방을 보니 어디에서 온풍이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유난히 따뜻해 그 이유를 찾으려 눈을 굴리는데 그의 귀로 루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온돌이라는 거 때문이야."
"온돌?"
"바닥, 따뜻하지?"
난 추운게 싫어서. 루피가 퍼즐 덩어리를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차림새가 이해되었다. 문 밖에서와 달리 더운 입김이 후욱 하고 내뱉어졌다. 루피가 기지개를 쭈욱 피며 크로커다일을 쳐다보았다. 물끄러미 쳐다보는 상태로 스트레칭을 계속하자 시선이 민망해진 탓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바르톨로메오 씨는 없습니까?"
"바티는 아까 심부름 보냈어."
읏차. 루피가 마지막 스트레칭을 끝내고 더운 탓에 셔츠를 펄럭대고 있는 크로커다일을 잡아끌었다. 맞닿아오는 온기가 뜨거워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그것마저 귀찮아져 내버려두었다. 루피의 손에 이끌려 온 곳은 저번과 같은 방. 그 곳 또한 따뜻했지만 아까 거실의 열기에 비하면 살 만 했다. 루피는 또다시 그를 쇼파에 앉혔다. 저번처럼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면 되는건가? 크로커다일은 쇼파에 좀 더 편하게 자리잡으며 루피를 쳐다보았다. 루피는 그새 바퀴달린 의자로 이동해서 그의 옆을 뱅뱅 돌고 있었다.
"있잖아, 악어."
"뭡니까."
"이번 주 내내 만날 수 있어?"
탁. 그의 주위를 뱅뱅 돌던 루피가 바퀴의자를 멈추곤 그를 올려다보았다. 누군가가 올려다보는 게 오랜만인 것 같아서 크로커다일은 흠칫 놀랐지만 도로 차분하게 그의 일정을 떠올려 보았다. 이번 주 내내는 무리…일까. 그는 고개를 슬슬 내저었고 루피가 에엑 하며 빠르게 침울해져갔다. 무슨 일이길래 그럽니까? 그가 묻자 루피가 입술을 쭉 내밀며 투정부리듯
"매일 보고 싶은걸, 악어……."
"?!"
맨날 그리고 싶단 말이야… 쇼파에 앉아있는 크로커다일의 무릎에 치대오며 징징대는 루피를 말 없이 내려다보았다. 독특한 남자. 그는 크로커다일의 무릎에 볼을 부비며 징징대다가 뜬금없이 벌떡 일어나더니 이젤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더니 옆에 있었는지 붓을 하나 집어들곤 커다란 동작으로 붓을 휙휙 내려그었다. 저게 그림인가 행위예술인가 싶을 정도로 큰 동작을 반복하던 루피가 흐음, 하는 소리를 내며 입술을 앙다물곤 끙끙댔다. 그러더니 이젤 위의 스케치북을 들고와선 크로커다일에게 보여주었다. 거칠고 역동적인 선의 흐름. 크로커다일은 검은 선이 그려진 스케치북을 물끄러미 보더니 나즈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접니까?"
"아니!"
아주 당연하듯, 당당하게 대답하는 그를 보며 크로커다일은 이마를 짚었다. 오히려 그 뻔뻔하도록 당찬 모습에 질문을 하는 자신이 우스웠지만 그래도 알고싶은 건 물어야했다.
"그럼 절 대체 왜 모델로 쓰는겁니까?"
"응? 모델이니까 쓰지?"
"아니, 모델이란 건 보통 그리는 대상 아닙니까?"
크로커다일의 말에 루피가 고개를 갸웃 했다. 틀려, 아니 다른건가? 루피가 중얼중얼 거리는데 그 사이 붓에 묻은 검은 물감이 루피의 볼에 튀었는지 주르륵 하고 흘러내렸다. 간질간질한 느낌에 루피가 손등으로 대충 닦아내자 거뭇한 자국이 볼에 선명하게 남았다. 나 참. 어리군. 크로커다일은 제 손에 침을 묻혀 그의 볼에 남은 물감자국을 슥슥 문대주었다. 볼이 몰캉몰캉한 게 어린 티가 풋풋하게 났다. 무심결에 얼룩을 닦아주다 아차 싶었다. 그는 제 아래의 사촌들도, 조카들도 아니었고 심지어 이제 겨우 두번 만난 사이었다. 어느새 이렇게 손이 나가버리게 된 건지. 루피의 습관이라는 별명 붙여부르기가 그에게도 금방 전염된 것일까. 크로커다일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다잡고 조심스럽게 볼에서 손을 떼었다. 아니나다를까 루피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 각도차이 때문에 그를 어린 아이 뻘로 생각하게 된 탓이겠지. 크로커다일은 머쓱하게 손을 내리곤 미안하다고 조그맣게 읊조리듯 말했다.
루피는 흐응, 하는 숨소리를 내더니 이윽고 시시싯 하고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에 눈을 돌려 그를 바라보자 루피가 맑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악어 너, 좋은 녀석이구나?"
니히히히. 괴상한 웃음소리로 루피가 실실 웃자 무어라 할 말도 안나오게 된 크로커다일은 입만 뻐끔거리다가 곧내 손으로 입을 가리곤 턱을 괴었다. 젠장, 그는 루피에게 들리지 않을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바르톨로메오의 귀환은 늦었다. 루피는 오늘 내내 붓을 썼다. 밑그림 같은 건 신경쓰지 않는 건지. 아니, 그보다 나를 그리고 있긴 한건지.
아까의 실수로 당황한 크로커다일이 한 자세로 오래있지 못하고 계속 꿈지럭대자 루피가 그 자세를 따라가며 그렸는지 다리가 여덟개 달린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며 또다시 이상한 웃음소리로 웃었다. 매일 오지 못하는 대신 한번 오면 오래 있어달라는 루피의 부탁에 얼결에 그러겠노마라고 대답한 탓에 새벽 두어시까지 루피의 모델을 해주던 그는 두시 반에 이젤 위로 고꾸라지는 루피를 그가 황급히 안아들고서야 오늘 분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액새액 코를 골며 자고있는 루피를 안아든 그가 어쩔 줄 모르고 있는 가운데 바르톨로메오가 등장, 그를 받아안곤 침실로 옮겼다. 두 사람이 작업실에 있는 동안 바깥의 온도를 어떻게 조절했는지 쾌적하게 만들어 둔 바르톨로메오가 목도리를 두르고 나가려는 그에게 언제 오냐고 물어왔다.
"그 쪽에서 연락하는 거 아녔습니까?"
"그래도 크로커다일 씨의 시간에 우선해야죠."
전시가 있긴 하지만… 바르톨로메오가 먹먹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은 작품을 내실 수 있을까요…?! 되려 제게 물어오는 탓에 크로커다일은 답을 얼버무리긴 했지만 결국 다음 약속을 잡지 못한 채 그 집을 나오고 말았다. 새벽 세시의 밤공기는 서늘하다 못해 날카로운 화살 같았다. 오늘 그의 페이스에 휘둘린 저를 탓하는 듯 매섭게 불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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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그득그득한데 생각만큼 안 써져서 슬픈...
이건 연습삼아 쓰는 걸로!
랄까 왜 자꾸 글자체랑 크기가 오락가락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