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커다일(을)를 위한 소재키워드 : 빠져나갈수없는 미로 / 눈도 못마주치면서 / 물수건 kr.shindanmaker.com/302638

 

 

 

 

"내 앞에서 꺼져라, 밀짚모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매몰차게 돌아서서 말하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요즘 좀 서먹서먹하게 굴더니 결국 오늘 터진건가. 루피는 머리를 긁적였다. 제 연인은 너무 많은 걸 생각해서 탈이었다. 팔을 길게 늘여 크로커다일의 어깨를 붙잡고 그의 등에 고목나무 매미마냥 대롱대롱 매달린 루피는 곧 제 손아귀에서 사라지는 그를 느꼈다. 

 

"크로커다일! 뭐하는 거야!!"

"꺼지라고 말했다. 이제 너랑 하는 이 멍청한 놀이도 슬슬 지겹다고."

"뭐…? 멍청한 놀이?"

 

그의 신형이 네다섯 걸음 떨어진 곳에 다시 나타났다. 그는 여전히 루피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매일 보고, 매일 달려들던 그의 어깨가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졌다. 루피는 다시한번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은 그대로 크로커다일의 몸을 통과했고 그의 어깨너머에서 담배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정도 놀아주면 만족해야지. 언제까지 나같은 남자가 네놈과 어울려 줄 거라 생각했나.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좀 해라, 꼬맹아."

"……."

"말귀를 알아들었다면 그만 꺼져. 다시 만날 땐 죽일거다."

 

루피는 가만히 그의 등을 올려다보았다. 크로커다일. 그가 제게 등을 향한채 서 있는 건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의 등진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와의 체격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던 체구의 차이가 짐짓 화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의 곁에서 멀어지고 싶은 생각은 들지않았다. 그것은 자신이 해적왕을 꿈꾸는 목표만큼이나 확고했고, 진지했다. 

 

"크로커다일."

"……."

"날 봐, 크로커다일."

"…웃기는군."

"지금 당장."

 

평소 진지한 루피의 말에는 두말없이 따라주었던 것과 달리, 크로커다일은 꿈쩍도 하지 않고 담배만 뻑뻑 피워댔다. 그의 머리위로 하얀 구름이 생기고 있었다. 

 

루피는 주먹을 꽉 쥐고 그의 곁으로 걸어갔다. 그 또한 루피의 움직임을 눈치채곤 멀어지려 했으나 그보다 루피가 더 빨랐다. 루피의 길게 늘어난 두 손이 크로커다일의 볼을 움켜쥐었고, 그가 저를 보도록 얼굴을 끌어내렸다. 루피의 손에 잡힌 크로커다일의 볼이 모래로 바스러지지 않았다. 

 

"이것 봐."

 

앳띤, 그러나 진지한 목소리가 둘 사이를 맴돌았다. 루피의 두 손 가득 크로커다일의 얼굴이 담겼다. 

 

"이렇게 눈도 못 마주치면서."

 

루피의 손에 의해 아래로 향한 그의 얼굴에서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미동도 하지 않고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는 그를 보며 루피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이 바보가. 

거기서 네가 울면 어떡해.

 

쉴새없이 떨어지는 눈물방울이 루피의 팔, 볼, 발등까지 적셨다. 담배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 입술을 앙다물고 꾹꾹 울음소리를 참는 크로커다일의 볼을 쓰다듬던 루피가 주머니를 뒤지더니 손수건으로 그의 얼굴을 정성스레 닦아주었다. 

 

"이 바보야. 이렇게 니가 물을 만들어내곤 나를 어떻게 피한다는 거야."

"…욱…."

"이것 봐. 너 때문에 물수건이 됐잖아. 울보야."

 

이렇게 울 거면 왜 그런 모진 말을 했어. 감당도 못하면서.

눈물로 흠뻑 젖은 손수건을 잠시 바라보던 루피가 그것을 곧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다시 한번 이렇게 쓸데없이 눈물흘리면 진짜 날려버릴거야."

"…밀짚모자…."

"너 진짜 바보구나."

"……."

"너 좋아해 나도. 니가 나 좋아하는 만큼."

"…루피……."

"그러니까 내 옆에 있어, 바보 악어야."

 

화내지 않아. 탓하지 않아. 이제 괜찮아.

그냥 지금처럼만 내 옆에 있어.

 

또다시 흘러넘치는 연인의 눈물을 보고 루피는 씨익 웃었다. 

 

"아~ 악어쨩, 오늘도 짠맛이야?"

 

흐려진 시야로 들어오는 미소짓는 얼굴. 크로커다일은 눈을 깜빡여 저와 그 사이를 방해하는 액체를 떨궜다. 그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미로였다. 결단코 빠져나갈 수 없는 유연하면서도 강한 미로. 

자신은 평생 이 미로에서 벗어나지 못할 듯 싶었다. 

크로커다일의 눈물젖은 얼굴에서 작은 미소가 피어나고, 둘의 입술이 가볍게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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눼엥.

'눈도 못마주치면서'에서 필이 빡 꽂힌 쪽글입니다. 

로커다일이 알라바스타에서 루피 궤뚫은 거 때문에 계속 죄책감에 시달리는 느낌이랄까, 그런 걸 생각해 봤습니다.

루크로 일본버젼은 고무와니라고 합니다만 고무는 고무요, 와니는 악어라는 뜻인데 루피가 와니와니~! 하고 부르는 걸 표현을 못해서 슬픈... 악어라고 하면 뭔가 어색해!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악어쨩으로 대신...!!

 

루크로 연성이 없으니 내가 연성한다...! 시부렁


졸려죽겠지만 썼다. 장하다 나!! 오늘 두개나 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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