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이 우리 배에 지도 어느덧 1주가 지났다. 루피는 그가 있는 방으로 종종 찾아갔다. 쵸파는 방에서 피에 젖은 붕대와 약을 한움큼 안고 나오곤 했다. 드레스로자의 국왕, 도플라밍고. 그가 루피와의 전투를 마치고 패밀리들을 잃고 쓰러진 것을 루피가 들쳐업고 이후였다. 나미와 상디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장은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였고 이름 뿐 듯한 부선장, 조로 또한 의견에 동의했다. 로빈도 선선히 오케이를 내주었고 우솝은 왕을 태우면 죽는 병이라고, 프랑키는 떨떠름한 표정을, 브룩은 아무말 없이 차를 마셨다. 쵸파는 만셸리에게 도움을 받지못한 도플라밍고를 치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어느덧 일주일이 흐르고, 여전히 도플라밍고는 베드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매일 악몽을 꾸는듯 흐느끼는 소리에 나미가 질색을 했지만, 쵸파는 나아가는 와중이라 그렇다며 나미를 안심시켰다. 그가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통째로 갈기갈기 잘라버릴 같은 형색에 조로도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렇듯 아무 없이 수련에 열중했다

 

다시 일주일이 지나고, 쵸파가 들고나오는 붕대에서 핏자국의 비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일어날 같다는 이야기에 안이 다시 술렁였으나 루피가 괜찮다고 하는 바람에 다들 말을 삼켰다. 어째서 루피가 저와 목숨을 걸고 싸운 이를 힘들게 업어와서 심지어 모든 악의 근본인 사내를 자기 배에서 치료시키려 하는지. 그것에 대한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로빈 만이 미묘한 웃음으로 제일 가까운 추측을 하곤 있었다. 왜냐면, 또한 루피에게 그렇게 구원받았기에

 

그가 깨어난 것을 제일 먼저 목격한 상디였다. 화장실 빼곤 그의 주변을 지키던 쵸파였지만 과로에 졸고  있던 탓에 간식이라도 넣어줄까 싶어 먹을 것을 들고온 상디가 그의 미묘하게 달라진 숨소리를 눈치챘다.  그의 발목에 채워진 해루석 수갑때문에 공격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상디였지만, 약간의 경계는 늦추지 않으며 그에게 말을 건네었다. 마실거냐?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마치 말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마른 입술을 달싹이다 힘없이 한숨을 내쉬는 그를 보며 상디는 쵸파의 쟁반에서 물컵을 들어 그의 입술에 대어주었다. 꼼짝하지도 않는 그의 모습에 상디는 내밀었던 물컵을 도로 쟁반 위에 올려놓곤 쵸파를 깨웠다. 환자는 의사에게, . 몇번 흔들자 고개를 드는 쵸파는 환자의 상태부터 눈치챘는지 작은 발로 내려와 청진기를 들이밀었다. 손끝도 움직이기 힘들어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 상디가 넌지시,

 

"미음이라도 끓여올까?"

", 양은 아주 적게 해줘. 바로 뭔갈 많이 먹지는 못할거야."

 

루피는 다르지만. 헤헤 웃는 쵸파를 뒤로하고 상디는 도로 부엌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보이던 로빈에게 녀석이 깨어났다는 말을 전하곤 부엌으로 내려갔다. 어머. 로빈은 빙그레 웃으며 갑판 위에서 시끌벅적하게 놀고있는 루피와 우솝, 프랑키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우솝과 프랑키는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루피가 주먹을 쥐었다. 내가 볼게. 결연한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가는 루피를 보고 조로도, 로빈도, 늦게 소식을 전해듣고 뛰어온 나미도 발걸음을 멈추었다

 

 루피가 들어가자 그는 몸을 꿈틀거렸다. 아직 움직이면 안돼! 라고 외치는 쵸파의 말에도 불구하고 몸을 일으키려는 그를 루피가 강제로 눕혔다

 

"쵸파가 아직 움직이지 말래. 쵸파는 유능한 의사니까 말을 들어야해."

 

그는 흐릿하게 사이로 증오를 내비쳤다.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눈이 루피를 매섭게 쏘아보다 곧 눈꺼풀을 닫아버렸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다시 달싹였으나, 이내 포기하곤 몸에서 힘을 뺀 채 다시 침대에 몸을 뉘였다. 너 이주만에 일어난거야. 종알대는 쵸파의 목소리가 도플라밍고의 귀에 꽂혔다. 그는 눈꺼풀조차 미동하지 않았다. 루피는 도플라밍고의 치료약을 제조하는 쵸파의 옆에 앉아서 발을 까딱이며 눈을 감고 있는 도플라밍고를 내내 쳐다보았다. 그 눈빛을 느끼지 못할 그가 아니었다. 


밀짚모자. 너는 어째서 날 살린 것이냐. 마음 속에 꾹꾹 눌러담은 의문이 똘똘 뭉쳐 가슴을 세게 내려치는 기분이 들었다. 저의 몸에는 힘이 없었다. 2주동안 잠을 잤다는 이야기는, 이미 이 배에 태워져서 드레스로자와는 먼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얘기일까. 그는 녀석의 동료들에게 당한 제 패밀리를 떠올렸다. 분노가 휘몰아쳤다. 그러나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잡혀버린, 패배한 노예였다. 이제 이 녀석들이 자신을 팔아먹든 이때까지의 복수를 위해 죽여버리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승자가 정의다. 자기가 항상 말하던 것이었다. 그리고 루피와의 싸움에서 승자는, 도플라밍고 그 자신이 아니었다. 


'나는…패배했다.'


그에게 남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단 하나도, 없었다. 도플라밍고는 혀를 깨물어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곧 관두었다. 그는 남을 상처입히는 것에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는 정 반대로, 제 몸을 스스로 상처입히는 것에는 굉장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도 아마, 어릴 적 그 사건 이후겠지. 평소때엔 제가 상처를 입힐 리가 없었으므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던 것이 이렇게 현실적으로 다가와버린 상황에 대해 헛웃음밖에 나지 않았다. 다른 패밀리들은 어떻게 됐을까. 아마 후지토라 녀석에게 다 붙들려 임펠다운으로 끌려갔을까. 자신이 없는 돈키호테 패밀리는 더 이상 칠무해로서 남아 있을 수도- 아니, 그 전에 이미 나라를 하나 말아먹은 것에 의해 이미 칠무해의 자리에서는 쫓겨났을 터. 다른 패밀리의 걱정에 잠시 생각이 미쳤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자신의 안전이 보장된 이후의 걱정이었다. 현 상황에서 자신의 안전이 보장된다고 쉽게 확정짓기는 어려웠다. 도플라밍고는 손끝 하나도 까딱일 수 없는 제 몸을 향해 쓴 웃음을 날렸다. 



*



첫날은 미음 한 입, 둘쨋날은 세입, 등 천천히 미음의 양을 늘려가고 물도 입술을 적셔주는 것에서 입 안에 흘려넣어주는 것, 그리고 입에 대 주는 것 정도로 천천히 방법을 바꾸어가며 도플라밍고의 재활치료가 시작되었다. 루피는 매일 한두번씩 그의 방을 들락거렸다. 도플라밍고가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밝게 웃거나 농담따위를 하며 쵸파와, 혹은 그 외의 멤버들과 시시덕거렸지만 늘 도플라밍고와 눈을 맞출 때면 진지한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음식을 먹어도 아직 말 하는 것은 무리라며 말하는 의사 때문에 도플라밍고는 일어난지 1주일이 되어도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의외로 착하게 말을 잘 듣는 그의 행동에 쵸파는 꽤나 놀라면서도 안심하고 있었다. 이윽고 저 혼자 팔을 움직이거나 도움을 받아서 가까스로 앉을 수 있게 될때까지 도플라밍고는 아무 내색없이 묵묵히 치료를 따랐다. 이제 어느정도 쵸파가 자리를 비워도 괜찮을 정도로 회복한 도플라밍고는 로빈이 가져다준 신문을 읽거나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등의 것으로 몸을 회복시키고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루피는 자주 드나들었다. 귀찮다는 티 조차 내지않는, 아예 있다고 인식조차 하지 않는 듯한 그의 모습에 질린 다른 멤버들과 달리 루피는 여전히 하루에 두어번씩 들러 도플라밍고의 옆에서 가만히-물론 완전한 정지상태가 아니라 고기를 먹거나 코를 파거나 쵸파의 약을 건드리거나 했지만- 앉아 있었다


도플라밍고가 깨어난지도 어느덧 3주가 지났다. 쵸파의 의술은 나날이 발전하는 듯 도플라밍고의 몸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그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조금 지친듯한 눈으로, 때로는 멍한 눈으로 제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굳게다문 입술은 소리를 뱉어내지 않았다. 


"말 하기 싫은 게 아닐까?"


쵸파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꺼냈다. 이미 말은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의 거부가 아닐까. 그 의견에 조로가 끼어들었다. 


"목소리가 안나온다던지 그런 건 아냐?"

"가능성 있네."


우솝이 고개를 끄덕였다. 목이라도 다친 건 아냐? 쵸파는 고개를 저었다. 목에는 문제가 없어.


"아마 계속 말을 못하는 거면 정신적인 문제가 원인이 되겠네."


로빈이 턱을 괴었다. 그 말에 나미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까부터 내내 듣기만 하고있던 프랑키와 브룩에게 눈을 돌렸지만 둘 다 머리를 긁으며 어깨를 으쓱일 뿐. 정말이지 무슨 생각인거람, 루피는. 한탄처럼 내뱉는 나미의 목소리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루피니까. 누군가가 던진 말이 파문처럼 모두의 사이에 스며들었다. 




*




어느덧 1달이 훌쩍 넘고, 도플라밍고는 여전히 침대 위에 있었다. 몸은 나아가는 중이지만 여전히 무리를 해선 안되었고, 무엇보다 저번에 루피가 데리고 방을 나갔다가 바다에 빠트릴 뻔한 후로 엄중 간호를 받고있는 상황이었다. 오랜 시간 침대에 눕거나 앉아있으니 엉덩이와 허벅지등이 짓물렀고 그에 대한 치료도 병행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아픈 소리 하나 내지않고 조용한 도플라밍고였다. 짓무른 것이 빨리 낫기엔 몸 상태가 너무 나빴기에 회복은 더뎠고, 쵸파는 그제서야 어쩔 수 없이 그를 방 밖으로 나돌수 있도록 허락했다. 단지 항상 그를 제어할 수 있는 누군가가 붙어있어야 했고, 그 역할은 쵸파-조로-프랑키-상디-로빈-루피 가 되었다. 나미와 우솝은 3미터의 그를 제어하기에 힘들었고, 루피는 제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드므로 안시키려 하였으나 바득바득 우기는 탓에 억지로 넣어주었다. 그렇게 도플라밍고는, 사우전드 서니 호에 탑승한 지 약 2개월만에 바닷바람을 쐴 수 있었다. 


오랜만에 쐬는 바다향은 낯설고, 정겨우며, 그리고 썼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이 이지러지고 나서야 제 눈에 눈물이 고였다는 것을 눈치챈 도플라밍고는 키가 큰 것에 감사하며 눈을 깜빡여 눈물을 말려냈다. 2개월간 이 배에서 치료를 받으며, 그는 많은 것을 포기했고 또 잊었다. 신문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그저 눈을 감고 예전의 화려했던 시절을 되새기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루피가 제 옆에서 귀찮게 굴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도플라밍고는 그렇게 안에서부터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이 나이가 되어서 다시한번 패배를, 이 지독한 쓰림을 겪을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그는 짧게 숨을 내뱉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슴푸레한 빛이 어지러웠다. 


오늘 또한 바람의 향은 달랐다. 어느 곳에서 피냄새를, 어느 곳에서 음식 냄새를 싣고 오는 것일까. 도플라밍고는 쓸데없는 생각을 내달리는 뇌를 가만히 두었다. 오늘 저의 산책 당번은 루피였다. 녀석은 기적적인 회복력으로 약 2주만에 완벽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바보는 회복력도 좋은 건가. 도플라밍고는 제 앞에서 난간에 올라타 발을 까닥이고 있는 루피를 내려다보았다. 이대로 이 난간에서 밀어버려도 나쁘지 않을테지. 순간 그런 생각을 했지만 아마 그라면 난간에서 떨어지는 것 정도로는 바다에 빠지지 않을 터. 도플라밍고는 제 몸을 난간에 기대며 깊게 바다향을 들이마셨다. 


별이 내렸다. 빛을 마저 집어삼킨 바다는 주변을 어둡게 물들이고, 찰싹이는 파도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이제 곧 들어갈 시간인가. 도플라밍고는 멍하니 루피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그에게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먼저 발걸음을 돌릴까.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난간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는데 루피가 난간 위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몸을 돌려 그를 향해 섰다. 난간 위에 선 루피의 키는 도플라밍고에게 조금 못 미쳤다. 도플라밍고는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뒤의 검은 바다와 검은 하늘. 그 모든것이 루피에게 스며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순간적으로 눈물이 차올랐다. 어둠의 앞에서 이다지도 빛나는 사람이, 왜 내가 아니라 너인지. 도플라밍고의 눈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한가득 눈물을 고여냈다. 루피는 묵묵히, 평소답지 않게 그를 올려다보았다. 루피에게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도플라밍고는 폐부 한가득 어둠을 들이마셨다. 들이마신 어둠은 호흡을 타고 눈물에 전해지는지, 무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저를 말없이 쳐다보는 루피에게 눈물을 보기는 것이 꼴사납다 여겨, 도플라밍고는 고개를 홱 하니 돌렸다. 


밤과 슬픔과 기억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한번 흘러내린 무거움은 쉴새없이 도플라밍고의 뺨을 적셨다. 눈물이 제 모든 것을 흘려버릴 듯한 두려움에 몸을 파르르 떨었지만 여전히 멈추지는 않았다. 볼을 적시는 뜨끈한 것이 제 몸의 전부인 것 마냥 하염없이 들썩이며 도플라밍고는 소리없이 울었다. 그의 모든 것은 이제 모두 바다로 침잠해 버리는 것일까. 그치지 않는 흐느낌사이로 루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 잡아줄테니까."


피가 나도록 움켜쥔 주먹 위로 온기가 다가왔다. 도플라밍고는 그 온기를 물리치지 못했다. 조금 더운 손길이 제 손 위를 덮었다. 온기가 손을 파고들어 가슴을 붙들었다. 이미 그 곳엔 드레스로자를 지배하던 국왕은, 천룡인의 후손은 없었다. 단지 한 남자가 있었을 뿐이었다. 상처투성이인, 그러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불쌍한 사내. 루피의 손은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도플라밍고의 눈물을 닦아내었다. 서툰 손길. 그 끝에는 아직 그가 눈치채지 못한 애정이 뚝뚝 흘러 넘쳤다. 


미안. 루피의 말이 차마 입을 나가지 못하고 맴돌았다. 네 패밀리들 모두 구하지 못해서 미안. 너만 데려와서 미안. 널… 데려와서 미안. 


그를 안아줄 수도, 달래줄 수도 없는 루피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제 온기를 나눠주는 것 정도일까. 루피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두 손을 모아 도플라밍고의 조금 차가운 손에 얹었다.


자, 내 온기를 가져가. 내가 너를 안아줄 수 없는 슬픔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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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돞 50제 첫타는 25번으로 끊는다!

25. 손을 잡아주고 싶은데 / 안아주고 싶은데 / 왜 내가 조심스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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