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들어 가장 화창한 날이었다. 점심 먹기 전 2교시라서인지 아직 졸음을 담지 못한 아이들의 눈이 들어오는 햇볕에 반짝거리며 빛났다. 칠판 가득 육각형과 화학 기호가 그려지고, 이미 화학이란 과목을 포기한 아이들은 선생님의 눈에 띄이지 않도록 책상 아래로 무언갈 주고받았다. 언뜻 보이는 하얀 모습은 쪽지인 듯 했다. 창가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있던 조로와 그 옆에 앉은 상디에게도 쪽지가 도달했다. 전해주는 녀석의 손끝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보며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쪽지를 받아든 상디. 상디는 제 손에 들어온 꾸깃꾸깃한 쪽지를 펼쳤다. 반 전체를 돌고 저들에게 마지막으로 온 것인 듯 쪽지에는 여기저기 낙서와 더러운 손때가 가득했다. 사내새끼들이 더러워가지곤... 상디는 혀를 쯧 차며 쪽지의 내용을 읽었다. 


쪽지를 한참이나 읽던 상디는 푸스스 새어나오는 웃음을 꿀꺽 삼켰다. 미친 새끼. 저 앞에 보이는 까만 뺀질거리는 뒷통수를 노려보았다. 녀석은 눈빛을 느꼈는지 고개를 여기저기로 돌리다 상디와 눈이 마주치곤 헤벌쭉 웃었다. 그는 웃음을 삼켜 칼칼해진 목을 두어번 침을 삼켜 다듬곤 옆에서 꾸벅꾸벅 졸던 조로를 깨웠다.


"야-."

"…으음?"

"그만자고 이거나 읽어봐."


제 손 앞으로 들이밀어지는 꾸깃한 종이. 조로는 오전 햇살이 낮잠자기 최고라고 생각하며 상디의 손에서 쪽지를 집어들었다. 잠에서 막 깬 눈은 앞이 흐릿해, 열심히 두 눈을 깜빡이지 않고서야 촛점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머리를 벅벅 긁으며 겨우 잡은 촛점으로 그리 길지 않은 문장을 대충 읽은 조로는 씨익 웃으며 종이를 도로 접었다. 


"저 미친 새끼."

"그렇지?"

"그래서 너 할거냐?"


조로가 선생이 뒤돌지 않는 틈을 타서 기지개를 쭈욱 폈다. 상디가 어깨를 으쓱 했다. 반장이 하라면, 해야지 별 수 있냐-. 선생님을 따라 다음 페이지를 펼치자 조로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그렇긴 한데 말이지. 눈물 고인 눈을 팔등으로 대충 비빈 조로는 저도 다음 페이지를 펼쳤다. 상디와 그림이 다른 것은 기분 탓인가. 아무렴 어때. 상디가 그런 조로를 보곤 미간을 찌푸리며 제대로 된 페이지를 펼쳐 주었다. 화학을 선택한다던 녀석 치곤 꽤나 여유로운 폼인 녀석이 마음에 안 들었다. 


쪽지에 적힌 내용의 실행시간은 정오 12시였다. 한창 수업 중일 시간. 심지어 반장이란 녀석은 오늘을 엄청나게 기대하는 듯 하더니 결국 반 단위로 끌어들일 줄이야. 상디는 볼펜 끝으로 코를 긁었다. 사람 모으는 데에 재주있는 녀석이라곤 생각했지만, 어째 스케일이 보통이 아니었다. 


"야, 근데 그러다가 학주한테 걸리면 어떡하냐?"

"…에이, 봐주겠지…?"

"그 학주가 장난을 봐준다고?"


음. 그건 아니려나. 상디와 조로의 머릿속에 무시무시한 표정의 위압감 넘치는 학생부장 크로커다일의 얼굴이 떠올랐다. 워낙에 더러운 성격에 엄하기도 보통이 아니라 전교생의 두려움의 존재였다. 얼굴에 그어진 커다란 상처는 그가 선생을 하기 전 어떤 삶을 살아왔나에 대한 루머에 크게 기여했고, 그 대부분의 루머는 조폭이나 폭주족 등 위험한 쪽이었다. 반장 녀석은 워낙에 낙천적인 놈이라 그에게 한번 혼나고 나서도 친한 척 들러붙는 녀석이라 아무 걱정 없이 시도하는 것 같았지만. 재밌겠는데, 귀찮아. 조로가 중얼댔다. 그건 나도 동감. 상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장은 제가 일을 벌여놓고 무엇이 그렇게 재밌는지 옆 짝꿍과 키득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12시 5분 전. 이미 교실을 한바퀴 다 돈 쪽지는 결국 조로의 책상에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었고 반 내부에는 평소와는 다른 사뭇 진지한 분위기가 흘렀다. 평소 녀석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했지만 샹크스는 곧 다가올 중간고사의 걱정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조금 더 쉽게 풀어 설명하는 중이었다. 그런 그의 뒤에서 반장인 루피의 얼굴이 주위를 한차례 훑었다. 다들 알지…? 굳은 눈빛을 주고받는 반 녀석들을 보며 조로가 가볍게 웃었다. 12시 2분 전. 시간이 촉박해졌다. 벌써부터 엉덩이가 들썩이는지 루피의 몸이 꿈틀거렸다. 짜식, 티 좀 내지 말지. 상디의 낮은 타박이 조로에게만 들렸다. 어짜피 안 듣는 녀석인데 뭐. 조로가 맞받아쳤다. 12시 1분 전. 반의 모든 녀석들의 몸이 조금씩 움찔거리고 나 이제부터 뭔가 할 거요! 라는 양상을 띄기 시작하자 아무리 수업땐 수업에 열중하는 샹크스라 해도 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가 화학책을 몸에서 조금 떼고 아이들을 향해 입을 열려는 순간, 12시에 정확하게 초침이 도달했다. 샹크스의 머리 너머에 높게 걸린 시계를 목빠지게 바라보던 루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말을 하려다 말고 놀란 나머지 혀를 씹을 뻔한 샹크스가 루피를 바라보자 제 책상을 박차고 일어난 루피가 두 손을 높게 들고 교실이 쩌렁쩌렁하도록 외쳤다. 


"대한 독립 만세!!!!"

"…?!!"


당황한 기색을 역력하게 드러내는 샹크스를 보고 루피가 한번 더 큰 소리로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그제서야 루피를 따라 목소리륻 더하는 반 녀석들. 솔직히 이렇게까지 큰 목소리로 할 줄은 저들도 모른 탓이었다. 벌떡 일어난 루피가 체육복을 깃발처럼 휘두르며 일어나! 를 외치더니 제 주위의 두세녀석을 강제로 일으켜세워 끌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맞다, 이거 나가는 거였지!"


그제서야 기억해낸 듯 아이들이 우르르 떼거지로 일어났다. 30명이 넘는 사내자식들이 와아! 하는 함성과 함께 일어나 루피의 뒤를 따라 달렸다. 앞문을 박력있게 열어젖힌 루피가 복도로 향해 달려나가며 체육복을 흔들어댔다. 샹크스는 저도 모르게 분필자국 가득한 칠판에 등을 대었다. 고등학생이나 되는 녀석들이 떼거지로 일어나니 저도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코 끝으로 미끄러진 안경을 느끼고 있는데 뒷 반에서 다시 와아아 하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조센징들 잡아라!!!"

"와아아아!!!!"


샹크스는 열린 교실 앞문으로 비치는 복도 풍경에 기가 막혔다. 뒷 반 녀석들이 떼거지로 우르르 지나간 탓이었다. 녀석들은 한 손에 다들 볼펜이나 자, 필통 등을 하나씩 들고 방금 달려나간 제 반 녀석들의 뒤를 쫓아가고 있었다. 비틀거리는 몸을 추스려 교실 밖으로 얼굴을 내밀자 뒷 반에서 수업중이던 버기가 황당한 얼굴로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대한 독립 만세!!!"

"잡아라, 한 명도 놓치지 마라!!"

"대한 독립 만세!!!!"

"조센징들 잡아!!!"


3층 복도가 떠들썩했다. 길고 넓은 복도를 가득 메우는 함성과 머리통들. 앞에 녀석들은 체육복을 태극기마냥 휘둘렀고 뒤에 따라오는 녀석들은 손에 새총이나 자 등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앞 녀석들을 위협했다. 선봉에 나선 루피는 애들을 이끌고 3층 복도를 한바퀴 돌 생각에 우오오 기합을 넣어 달렸고, 귀찮아하던 조로와 상디도 끝물 쪽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를 메꿔오는 놈들의 선두에는 우솝과 쵸파가 달리고 있었다. 


로시난테는 제가 교무실에 재료를 두고 온 것을 떠올리고 그것을 가지러 도로 올라오는 중이었다. 계단을 올라 교무실을 향해 몸을 옮기는데 바닥이 시끄럽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곤 고개를 들자 코 앞에 루피네가 와 있었다. 깜짝 놀란 나머지 뒤로 넘어지며 창틀에 허리를 박고 다시 앞으로 고꾸라지는 그 모습에 계단 맞은편의 교실에 앉아있던 로우가 수업 중인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 로시난테에게 달려갔다. 


"코라상!!!"

"어이, 로우 어딜 가…?!"

"와아아!!! 대한독립만세!!!"

"조센징 잡아라!!"


로우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달려나가는 바람에 사치와 펭귄은 얼떨결에 저들도 저 장난에 합류된 줄 알고 벌떡 일어났고 키드는 재밌는 장난거리를 찾았다며 반 애들을 선동해서 우르르 끌고 나갔다. 대신 독립군인가 일본군인가는 정하지 않았기에 엉망진창의 구호를 외치면서도 희희낙락하는 녀석들. 로우는 그런 그들을 다 무시하고 넘어진 로시난테를 부축해 일으켜세웠다. 한 순간에 반 아이들을 잃어(?)버린 도플라밍고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교실 밖으로 로시난테를 부축한 로우와 저 멀리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버기와 샹크스가 보였다. 


"이게 대체…?"



"와아아!!"


함성소리는 여전히 계속되었다. 루피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재밌는 장난이었다. 눈 앞에 보이는 저 코너만 돌면 3층 복도는 모조리 점령하는 것이 된다. 루피는 시시싯 웃으며 체육복을 더 거칠게 휘둘렀다. 


"대한 독립 만…으윽!!"


코너를 돌자마자 누군가와 강하게 부딪힌 루피가 상대의 품에 안겨들었다. 펄럭이던 체육복이 상대의 얼굴을 덮었고 꽤 장신의 사람인지 루피는 저를 가뿐히 받아드는 이를 느꼈다. 루피가 정지한 탓에 뒤에 우르르 몰려오던 루피네 반 녀석들과 우솝네 반 녀석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속도를 줄였다. 루피의 체육복이 스르르 떨어져내렸고, 하얀 체육복 사이로 드러나는 짜증 순도 100%의 무시무시한 얼굴. 


"학, 학주쌤이다!!"


크로커다일이었다. 크로커다일은 제 얼굴로 날아든 체육복을 한 손으로 끌어 내리고 제 품에 부딪혀 온 루피를 나머지 한 손으로 꽉 부여잡았다. 


"복도에서 뛰면 안되는 거 모르냐, 이 멍청한 꼬맹이들아."


이를 득득 갈며 한 자 한 자 씹듯 내뱉는 그의 목소리에 모든 애들이 숨을 죽였다. 저 뒤에서 따라오던 키드네 반 녀석들도 속도를 늦추곤 무슨일인가 웅성대며 앞으로 다가왔다. 루피도 그제서야 제가 부딪힌 이가 크로커다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교복 목덜미를 구겨잡는 크로커다일의 손을 본 루피가 다시 얼굴에 장난기를 가득 띄우고 외쳤다. 


"으악! 일본 순경 킹한테 잡혔다!!!"

"…와하하하!! 그렇다! 우리 일본 순경 킹은 역시 쎄다!!!"

"자, 순경 킹! 당장 루피를 감옥으로 보내시죠!"

"순경 킹! 순경 킹!"

"안 돼!!!!"


우솝과 키드가 그 장난을 받아주었다. 한 순간에 일본 순경 킹(?)이 되어버린 크로커다일이 험상궂은 얼굴을 구겼다. 누가 순경이고 킹이냐, 꼬맹이 자식들아. 크로커다일의 낮은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만우절이라고 장난 치는 건 알겠다만 적당히 쳐야지 넘어가주는거다. 으르릉 거리는 위협적인 목소리에 방금 전까지도 떠들썩하게 굴던 녀석들의 입이 실로 동여맨 것 마냥 조용해졌다. 한숨을 푹 내쉬며 이 녀석들을 어떻게 혼낼지 고민하던 크로커다일은 갑자기 저를 꽉 안아오는 손을 느꼈다. 


"내가 바로 루논개다…! 다들 도망쳐!!"


루피가 두 팔을 크로커다일의 허리에 꽉 감았다. 그리곤 단단히 깍지를 낀 채 크로커다일의 몸에 매달렸다. 무서운 부장 선생님의 몸이 루피에게 잡히자 그제서야 난동을 피운 녀석들이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꽁지가 빠져라 도망쳤다. 네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을게…!! 오오!! 알 수 없는 사내들만의 눈물어린 우정이 꽃피고 합세한 세 반 녀석들이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 멀어져갔다. 남자 반의 소란에 고개를 내밀어 기웃거리던 여자반 아이들이 루피에게 옴싹달싹 못하는 크로커다일을 보며 피식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웃는 놈 누구냐, 으르릉거리는 크로커다일의 목소리도 여자애들에겐 통하지 않는 듯 웃음 소리는 커져만 갔다.


"선생님은 선생님이고, 루피는 학생이라구요!"

"나이를 뛰어넘은 사랑~! 로맨틱~!!"

"이제 선생님 루피 책임지셔야 겠다~!!!"


휙휙 거리는 휘파람소리와 함께 여자 반 앞에서 꽈악 끌어안겨진 크로커다일은 시싯 거리며 웃는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웃는 얼굴에 차마 꿀밤도 먹이지 못하겠고…. 그는 루피의 이마를 두 손으로 쓸어넘겨 얼굴을 두 손에 꽉 쥐었다. 시시싯 하고 웃는 녀석과 얼굴을 잡자마자 여학생 반에서 터져나오는 환호성. 이걸 어떡한다. 크로커다일은 제 손에 들어온 루피의 볼따귀를 쭈욱 늘렸다. 볼이 늘어나면서도 이히히 거리며 웃는 루피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연거푸 내쉬었다. 왜 또 나이에 안맞게 이렇게나 귀여운 건지.


'정말이지 지치는 녀석이라니까.'


어느새 교무실에서 나왔는지 미호크와 버기, 샹크스, 그리고 도플라밍고까지 기웃거리며 구경하러 왔고 크로커다일은 이를 드러내며 짜증을 표시했다. 빨리 가서 자기 반 정리하시지 뭘 구경하러 오셨습니까. 뼈 있는 말에 슬금슬금 물러가는 네 선생님들과 주임 선생님이야 말로 교무실로 돌아가시죠, 라며 태클을 걸어오는 마르코를 째려보며 달라붙은 루피를 떼어내어 질질 끌고가는 크로커다일이었다. 



















이거 ㅋㅋㅋ트윗이 너무 웃겨서 ㅋㅋㅋㅋㅋㅋ 이거로 쓰고싶닼ㅋㅋㅋㅋㅋ
저 반장이 루피고 쫓아오는 옆반 반장이....누구하지? 로우는 저렇게 깨발랄하게 안나올거같은뎈ㅋㅋ 키드?ㅋㅋㅋㅋㅋ 상디나 조로도 귀찮아하지 저런겈ㅋㅋ나서서 안 할듯ㅋㅋㅋ 우솝? ㅋㅋㅋㅋㅋ 우솝이랑 쵸파랑 우르르르 나오면 존잼이겠닼ㅋㅋ 조로랑 상디는 루피랑 같은반이라서 대한독립만세쪽에서 귀찮은 듯 붙어있곸ㅋㅋ 

미술샘이 크로인거지!! 아, 그래도 크로는 수학이나 과학, 문학쌤이 어울려! 독일어 같은거도 짱잘어울린다...! 미술쌤은 코라손, 로시난테가 해야할 거 같고. 그래서 준비물 잊고 온 로시난테가 돌아가던 중 갑자기 루피네랑 우솝네 우르르르 나와서 자빠지고 뭔일인가 싶어 기웃거리던 다른 반 반장 로우가 코라손벌러덩 넘어지니까 헐레벌떡 나가고 그거에 동참하는 줄 안 베포나 사치나 펭귄이 우와아아!! 대한독립만세!! 이러면서 뛰어나가고 수업하고 있던 영어슨생님 도피는 얘들아...? 하면서 눈물 또르륵 흘리곸ㅋ 

루피네 반 수업은 샹크스... 화학 선생님? 이구 우솝네 반은 버기인거야 ㅋㅋㅋㅋ 버기는 졸라 안어울리게 도덕선생님인 거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깜짝 놀래가지고 나오니까 난리고 ㅋㅋㅋ 루피가 다다다 달려가다 뭐에 퍽 부딪혀서 보니 크로커다일인거였짘 사거리마크 단 크로커다일이 루피 들어 올리니까 일본 순경 왕한테 잡혔다!! 이러면서 루피가 바둥거리고 크로가 띠꺼운 표정으로 보니 우솝이 뒤에서 오오오! 사스가 순경 왕!! 이지랄하고 크로는ㅋㅋ 누가 순경 왕이야, 꼬맹이들아. 만우절은 좋지만 수업 방해는 하지 말아야지. 그러면서 으르릉거리니까 루피가 내가 루논개다!! 이러면서 크로커다일 꽉 껴안고 애들 버벅이다가 우와아 하면서 교실로 도망갔으면ㅋㅋㅋ 뒤에서 샹크스랑 버기랑 구경하고 도피는 눈물 뚝뚝흘리고 얘들아 나는...? 이러고 ㅋㅋㅋㅋ 시끄러워서 교무실에서 나와 본 미호크는 혀를 차고 ㅋㅋㅋㅋㅋ


우리 반 만우절 이벤트 종나 어이없었음ㅋㅋㅋㅋ 수업 받는데 갑자기 반장이 대한독립 만세! 외치면서 반애들이랑 뛰쳐나감ㅋㅋㅋㅋ 그리고 옆반애들이 뛰쳐나오면서 조센징 잡아라!!!라면서 우루루 뛰쳐나와서 추격전 벌임ㅋㅋㅋㅋㅋㅋ그러다 미술쌤에게 혼났다..


욕주의)

캐번로메캐번주의)

루피커플링(?)주의)





오다 시, 그랜드 고등학교에는 사천황이 있다.


"야! 이거 존맛…!!! 커어……."


먹다 잠들기의 귀재, 어마어마한 식사량을 자랑하는 숟가락의 에이스!


"하하, 네일 정돈 받아줘야 용의 발톱을 유지하지 않겠니?"


남자 네일계의 큰손, 항상 뷰티손을 유지하는 큐티클의 사보!


"정말이지, 못생긴 것들이랑은 대화가 안 통해!"


여자보다 예쁜 남자,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장미의 캐번디시!


"곰인형은 세계평화를 가져온다…!"


소문난 곰 인형덕후, 한시도 품에서 곰인형을 놓지않는 테디베어의 로우!


이 네 명은 그랜드 고등학교를 주름잡는 사천황이다. 집안이면 집안, 싸움이면 싸움, 능력이면 능력 모두 최상위를 달리는 이 사천황들을 위협하는 신성들이 올해 입학했다는 말에 그랜드고등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타칭 사천황이긴 했지만 그 사천황이라는 자리를 받아들이고 꽤나 즐기고 있던 네 명은 새로운 신성으로 그들을 위협한다는 이들을 보러 1학년 층으로 건들거리면서 내려갔다. 


소문은 퍼질대로 퍼졌고, 그 위협적인 녀석들을 보러 어느 교실에 벌떼마냥 우글우글 거리는 인파를 뚫기 위해선 꽤나 힘들 듯 했으나, 괜히 사천왕이 아니었다. 


"야, 여기서 나보다 못생긴 것들 당장 꺼져."


우르르르르. 캐번디시의 한마디는 우글거리던 놈들을 한순간에 제 반으로 귀향(?)시켰고, 그 덕분에 천천히 내려오던 에이스와 사보, 로우는 편하게 됐다며 시시덕거렸다. 이 일에 가장 화가 난 건 캐번디시였다. 왜냐면 캐번디시는 인기로 먹고사는 아이돌 기질이 다분했기 때문이었다. 


"여기 이 반에 어느 못생긴 애가 감히 사천황을 위협한다고 할까?"


장미를 우아하게 든 캐번디시가 교실에 들어서자 찬란한 그의 미모를 목격한 학생들이 우르르 쓰러졌다. 으윽, 눈부셔! 라는 브금을 넣어주며 쓰러진 녀석들 사이에 멀쩡한 몇 녀석들. 캐번디시는 그 녀석들을 스캔했고, 그의 뒤로 교실에 어기적어기적 들어온 휘황찬란한 그 이름, 사천황.


"꺄악! 테디베어의 로우 님이야!!! 어쩜, 오늘은 베포를 들고계셔!!"


하얀 곰인형을 들고 시크하게 서 있는 로우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로우는 모든 곰인형에게 이름을 붙여주었고, 그중 가장 아끼는 것은 베포라는 이름의 하얀 곰인형이었다. 


"숟가락의 에이스 님과 큐티클의 사보님도 있어..!"

"미친, 사천황이 진짜 제대로 모였어..!!"


이런저런 브금을 깔고 등장한 그들의 앞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몇 녀석이 있었다. 유명인들이 한 반에 모인건가. 사보가 손톱을 매만졌다. 에이, 어제 정리했는데 피묻히기 싫은데. 옆에서 밥은 언제먹냐며 들고온 주먹밥을 우물거리는 에이스의 앞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나도 한 입만!!"


갑자기 나타난 1학년생은 에이스의 손에 들린 주먹밥을 우걱우걱 먹었다. 눈 앞에서 주먹밥을 강탈당한 에이스는 어이가 없었다. 감히 니깟 일학년이 내 주먹밥을 먹어?! 분노에 불타 남은 주먹밥을 내던지고 멱살을 잡자, 일학년이 씨익 웃었다. 


"너 씨발 지금 내 주먹밥 쳐먹고 웃음이 나지?"

"응! 맛있다, 히히!"


천연덕스러운 표정에 열이 이글이글 올라온 에이스가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려는데 녀석이 갑자기 얼굴을 들이대 에이스의 입술에 쪽 하고 입술을 댔다. 


"?!?!!!!!"

"에이스!!!"

"숟가락!!!!"

"밥팅이!!!"


모두들 기겁을 하는 와중에 겁없이 에이스의 입술을 가져간 녀석이 히히 웃으며 말했다.


"밥풀, 아깝잖아!"


방싯방싯 웃는 모습에 에이스는 순결(?)을 빼앗긴 충격 + 천연의 공격에 당해 얼굴을 붉히며 교실을 뛰쳐나갔다. 사천황 한명이 당했어…! 누군가의 나레이션과 함께 충격에서 서서히 깨어난 세 명은 그제서야 얼굴을 펑 하고 붉혔다. 


"미, 미친!! 너 지금 저 밥팅이한테 키…키스 한거야?!"


캐번디시가 어이가 없다는 식으로 삿대질을 하자 그 녀석은 표정을 구겼다. 


"내 이름은 루피야! 너가 아니야!"


명찰에도 써 있잖아! 투덜투덜대는 녀석을 보며 사보는 웃음이 빵 터졌다. 야, 이거 재밌는게 하나 굴러들어 왔는데? 큭큭거리는 그의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졌다. 


"야, 루피. 너 여기 있었냐?"

"젠장, 이 학교는 왜이렇게 복잡한거야?"

"지 교실도 못 찾는 니 뇌 구조가 너무 단순한거다, 병신."

"오오, 키드! 조로! 상디!"


하나 둘 등장하는 화려한 머리색의, 딱 봐도 이 녀석들이다 싶은 녀석들이 루피라는 녀석이 있는 반으로 낑겨들어왔다. 그들은 들어오자마자 교실 뒤편을 차지하고 선 세 명의 상급생들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머리 빨간 녀석, 키드가 로우의 인형을 쿡쿡 찔렀다.


"뭐냐, 이건? 다 커가지고 곰인형이나 들고다니냐?"

"뭐, 씨발. 니가 내가 뭘 들고 다니던 무슨 상관이야. 선배한테 반말이나 하고."

"선배면 선배답게 이런건 들고다니면 안되지, 말이야?"


시비를 거는 키드를 툭툭 차는 노란머리 녀석, 상디가 고개를 내저었다. 미친놈아, 여기서도 시비 털지마. 정학 당하고 싶냐. 그러는 상디 옆에서 캐번디시를 빤히 보던 초록머리 녀석, 조로가 손을 쭉 뻗더니 캐번디시의 가슴을 만졌다. 


"아, 뭐냐. 남자냐."

"씨발 눈은 장식이냐!!!"


갑자기 가슴을 만짐당한 캐번디시는 조로의 멱살을 부여잡았고 유일하게 사보 혼자 빵 터져서 큭큭거리고 있었다. 얼굴까지 붉혀가며 웃는 그의 앞에 루피가 다가왔다. 


"와! 너 손 예쁘다!"

"…고, 고마워."


사보의 손을 잡아든 루피가 그의 깔끔하게 정리된 손을 보며 감탄을 토하자 사보의 얼굴이 조금 당황으로 물들었다. 루피는 사보의 손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갑자기 제 볼에 대고 부볐다. 


"헤헤, 엄청 보들보들해."


퍼엉. 갑작스런 어택에 얼굴이 새빨개진 사보의 뒤에서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새끼 보통이 아닌 거 같다…. 에이스의 목소리였다. 사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위험해. 


베포를 쿡쿡 찌르는 손을 짜증나게 쳐낸 로우는 얼굴이 시뻘개진 채 항복을 선언한 사보와 에이스를 쳐다보았다. 멍청이들, 니들이 그러고도 사천황이냐? 빈정대며 로우가 그들에게 다가가자 사보의 손에 볼을 비비던 루피가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반짝이며 로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와아악!!"


갑작스런 달려듬에 공격자세를 취하려 한 로우였으나 루피는 로우의 품에 파고들었다. 와!! 곰인형!!! 곰인형을 껴안으며 그걸 들고있던 로우까지 껴안아버린 루피를 보고 로우는 그를 떼어내려 애썼다. 


"미친, 야! 좀 떨어져! 베포 찌그러져!!"

"이름도 붙였냐?"


옆에서 키드가 다시 빈정댔지만 이미 로우는 루피를 떼어내는 것에 필사적이었다. 루피는 어지간히도 세게 껴안고 있었는지 잘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곰인형과 로우에게 부비적대며 헤실헤실 웃어댔다.


"폭신폭신해!! 폭신한거 짱 좋아!! 곰인형 좋아!!"

"야, 이거 놔…? 너. 곰인형, 좋아하냐?"


고등학생이 된 후로 곰인형 덕후를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었기에 외로운 테디베어의 길을 걸어가던 로우는 오랜만에 동지를 발견한 느낌에 그를 떼어내는 걸 멈추었다. 쯧쯧, 너도 당했구나. 사보와 에이스가 혀를 찼다. 그걸 어처구니 없이 쳐다보던 캐번디시가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야!!! 너네 지금 뭐 하는 거야!! 얘네가 소문의 그 녀석들이라고!! 뭘 헤롱헤롱거리고 있어, 멍청하긴!"


늘 아름답고 우아한 이미지를 고수하자는 게 제 원칙이던 캐번디시답지않게 소리를 지르자 사보, 에이스, 그리고 로우가 동시에 대답했다. 


"""야, 너는 애인 있으니까 그런 말이 나오지."""

"…ㅁ, 뭐?!!!!"


캐번디시가 벌개진 얼굴로 화를 내려던 찰나 문 안으로 누가 한 명 더 들어왔다. 조로의 초록머리보다 더 형광스러운 머리색의 남자, 바르톨로메오였다. 야, 서방님 오셨네. 아냐, 마누라지. 사보와 에이스가 킥킥댔고 로우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캐번디시를 보았다. 


"야, 트라팔가. 니새끼가 쳐불렀지."


으르릉거리는 목소리의 캐번디시는 꽤나 위협적이었지만 그 목소리에 겁먹을 이는 그 곳에 없었다. 형광초록빛 머리를 자랑하며 들어온 바르톨로메오는 귀를 후비적거리며 캐번디시에게 다가갔다. 


"아, 뭐야! 왜 왔는데!"


신경질적으로 꺼지라는 티를 풀풀 내는 캐번디시를 귀찮다는 듯 본 바르톨로메오는 주머니에 손을 꽂은 구부정한 자세로 


"쟈가 니가 난동핀다고 잡아가라고 안 혔냐."

"내가 언제 난동을 피웠어?!"


딱 보잉께 피우고 있구먼. 그는 캐번디시의 셔츠자락을 붙들고 질질 끌고 나가려고 하다 로우 품에서 곰돌이를 만지작 거리는 루피를 발견하고 캐번디시를 내던졌다. 야! 씨발 사람을 왜 던져! 미쳤냐!!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캐번디시를 뒤로하고 그는 루피에게 달려갔다.


"루피 아닝교!!!"

"어? 로메오다!!"


갑자기 얼싸안고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을 뭔가 싶어 지켜보던 이들 중, 상디가 발로 루피를 툭툭 차며 물었다. 


"뭐냐? 너 아는 사람?"

"니 지금 아를 왜 발로 까는겨? 이게 확 디져부릴러구…."

"어? 나 이사하기 전 옆집 형이야! 상디 내 친구니까 화내지마!"

"응, 그려그려. 루피가 말하면 그래야제."


루피 말 한마디에 방긋방긋 표정을 바꾸는 로메오를 보며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 된 건 캐번디시였다. 건방지게도 사천황을 위협하려 든다해서 따끔한 맛을 보여주려 왔더니 저 빼고 나머지 놈은 다 당했(?)고, 마지막엔 제 애인까지 당한(?)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뻗쳤다. 


"야, 씨발!! 바르톨로메오!! 오늘부터 각방 써!"

"와, 너네 같은 방 쓰냐?"

"미친 놈들."

"왜? 보기 좋잖아. 사이좋고."


에이스, 로우가 질린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고 사보가 빙긋 웃었다. 나머지 세 놈은 모르겠으나 루피라는 애한테는 그랜드고등학교 사천황은 단단히, 당해버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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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좀더 병신같이 쓰고싶었는ㄷ.... 병신력이 모자라 칙쇼...





해가 높고 푸르게 떠 있는 날이었다. 늘 그렇듯, 그의 방문은 놀랄만큼 갑작스러웠다. 바다의 사황이라 이름 붙여진 그의 해적단은 다들 어디에 둔 건지, 그는 제 본선 한 척만 끌고 유유자적하게 등장했다. 망루에서 망을 보던 녀석이 전보벌레로 그 사실을 빠르게 알렸다. 현 칠무해 중 한 명, 천냥광대 도화의 버기는 땀을 뻘뻘 흘리는 전보벌레를 받곤 뒤로 우당탕 넘어졌다. 


"뭐? 붉은 머리 녀석이 오고있다고?"

-예!! 틀림 없이 녀석입니다!


젠장, 이번엔 또 무슨 일이래. 버기는 넘어진 의자를 주울 생각도 안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자식이랑 엮여서 좋을 일은 한번도 없었지. 버기는 입술을 비틀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전보벌레가 놓여진 책상의 옆에 있던 녀석이 달려나갈 폼을 잡으며 선전포고로 한 발 쏠까요? 라고 물었다. 


"미쳤냐!! 그 자식은 사황이라고!!"

"선장님은 칠무해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지만…. 버기는 입술을 짓씹었다. 계속 들려오는 전보벌레의 목소리에 의하면 이미 사정거리 내로 들어왔다고 했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 쪽에서 포를 쏘는 듯한 자세나 위협을 가할 만한 상황을 조성하진 않고 있는 듯 했다. 샹크스 자식. 버기는 그 빨간 머리통을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이글이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짜증스러움. 제가 팔려 했던 악마의 열매를 먹게 한 그 분노와는 다른 느낌이었지만 그닥 자세하게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다. 버기는 옆을 지키던 선원이 다시 바르게 세워준 의자에 앉았다. 삐걱삐걱 의자 까딱이는 소리가 났다. 버기의 얼굴이 한차례 붉어졌다 돌아왔다. 


"어떻게 할까요?"


재차 물어오는 녀석을 향해 콧방귀를 흥 뀌는 버기. 올 테면 와 보라고 그래! 이 몸이 어디 여기서 끝날 것 같으냐?! 말도 안되는 허풍을 뻥뻥 치는 그를 향해 존경의 눈빛을 던지는 뭇 선원들과 그 꼴을 옆에서 보고있던 미스터 3은 혀를 끌끌 차며 읽던 신문을 접었다. 선원들을 다 내보내서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라고 일러두고 미스터 3과 둘이 선장실에 남았다. 


"무슨 생각인 거냐네?"


신문을 부스럭거리며 곱게 접은 미스터 3은 버기를 향해 의문가득한 질문을 던졌다. 버기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자넨 그 빨간 머리 자식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나? 이 참에 쏴 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텐데 말이네. 미스터 3의 말이 이어졌다. 시끄러워, 그게 가능하면 이 몸이 이러고 있겠냐. 버기가 짜증을 팍팍내며 중얼거렸다. 미스터 3은 흐응, 영혼없는 대답을 하곤 말았다. 붉은 머리 해적단의 본선은 점점 근처로 다가오고 있었다. 




*




"여어- 버기! 오랜만~!"


샹크스의 접근은 상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 중간에 배를 멈춘 그는 작은 배를 하나 끌고 내려왔다. 버기를 향해 확성기를 쓰며 우렁차게 외치는 사황, 붉은 머리의 샹크스는 꽤나 친근한 모습이었고, 그에 버기네 해적단의 선원들은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샹크스를 향해 뭐라고 한 마디 던지려 확성기를 붙잡은 선원 하나가 갑자기 픽 하고 쓰러졌다. 주변 공기가 찌릿찌릿하게 느껴졌다. 한 명을 향해 패기를 쓴 샹크스가 다시 넉살좋은 웃음을 흘리며 여어~! 라고 버기를 외쳐댔다. 참다 못한 버기가 쓰러진 녀석한테서 확성기를 뺏어들고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무슨 일이냐, 빨간 머리!!"

"뭐, 우리가 일이 있어야만 만나나?"

"ㄱ, 개소리 말고 온 목적이나 말하시지! 안 그럼 이 몸이 요번에 새로 개발한 특제 머기탄을 다발로 쏴 줄테니까 말이야!"


앞부분에 살짝 더듬은 듯한 말에 선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버기가 한두번 더듬는 것도 아니고. 그저 허세 좋은, 조금 악독하면서도 조금 다정한 저희들의 선장을 뒤에서 지켜보았다. 


"이건 확성기로 말하기 조금 그런 이야긴데 말이야~!"


샹크스가 말 꼬리를 늘리며 빙글빙글 웃었다. 버기는 섬광처럼 스쳐가는 감각이 있었다. 옆에 서 있던 녀석에게 제 발을 붙들고 있으라 명령하고 버기는 제 몸을 날려 샹크스가 타고 있는 조각배를 향해 다가갔다. 공중에 둥둥 뜬 채로 다가간 버기를 보며 붉은 머리 해적단의 쪽에서도 오오, 거리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보이냐, 이게 이 몸의 능력!! 버기는 한껏 잘난척을 내뿜으며 샹크스에게 다가갔다. 결코 무작정 가까이 다가가선 안돼. 버기는 저번에 있었던 치욕스러운 사건을 기억하며 샹크스에게서 1여미터 가까이 떨어진 곳에서 마주섰다. 샹크스가 함박 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인데, 악수도 안 할거야?"

"왜 이 몸이 너 따위랑 악수를 안하면 안되는 거지?!"

"하하, 여전하구나."


틱틱대는 버기의 말투도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겨버리는 샹크스. 그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한 손을 들어올렸다. 제법 비밀스러운 투로 장난스럽게 속삭이는 그 단어는 버기의 귀를 궤뚫고 들어왔다. 


'역시, 이 몸은 보물과 무슨 인연이 있는 게 틀림없어.'


아니나 다를까, 샹크스는 꽤나 흥미로운 보물 이야기를 들고왔다. 버기 그가 샹크스와의 악연을 끊으려해도 끊을 수 없는 이유. 그가 물고오는 보물 지도 및 보물섬 이야기는 꽤나 쏠쏠한 것이었고, 버기는 그것을 무척이나 사랑했다. 탐스러운 빨간 코를 씰룩이며 버기가 흥미를 보이자 샹크스의 미소가 짙어졌다. 거뭇한 수염이 둘러싼 그의 입술이 몇 번 더 움직였다. 버기의 눈이 반짝였다. 둘의 거리가 급작스럽게 좁혀졌다. 버기가 샹크스의 멱살을 단단히 부여잡고 들어올렸다. 


"네 녀석, 그 정보 쓸만한 거겠지?"

"물론이지~ 내가 너한테 언제 보물가지고 거짓말 한 적 있냐?"


있잖아!! 엄청 많다고?! 호러스러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샹크스의 목을 조를 듯 보이는 그의 모습에 샹크스를 태우고 온 선원이 당장이라도 달려나갈 듯한 자세를 취했다. 샹크스는 그의 남은 손을 들어 뒤의 사내를 진정시켰다. 버기와는 이게 익숙하니까 말이야. 벤이나 야솝 등 초창기 멤버들이 배를 몰았다면 뒤에서 시시덕 댔을텐데. 샹크스는 잠깐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픽 웃었다. 미안미안. 진심이 들지 않은 사과에 더더욱 열이 받은 버기였지만 확실히 그, 정상전쟁 때 이후로 그가 자신에게 거짓 보물정보를 얘기한 적은 없었다. 물론, 그에 따른 대가가 있었지만.


"심지어 이 근처라고?"

"…그래?"

"마침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좋은 섬도 있고 말이야."


어때, 딱이지? 찡긋 윙크하는 샹크스의 멱살을 서서히 내려준 버기는 잠깐 고민하는 척 하다 냉큼 샹크스의 확성기를 뺏아 제 배를 향해 소리쳤다. 네놈들!! 이제부터 우리 배는 붉은머리 해적단 배를 뒤따라 간다! 웅성거리는 제 선원들을 본 버기는 꽤나 민망했다. 안그래도 아침에 한번은 붉은머리 해적단을 갈아 마실거라 외치고 다녔기 때문이겠지. 샹크스의 웃는 낯을 힐끗 본 뒤 그는 다시 확성기에 대고 소리쳤다. 


"지금부터 약 일주일 간 휴식이다! 알겠냐!!"


갑작스런 통보긴 했지만 그들도 일단 버기를 선장으로 믿고 따르는 무리들이었다. 칠무해가 된 이후로 수입도 짭짤했고 보물을 찾아 맴도는 버기를 따라 다니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심지어 파티도 좋아하는 선장이라니! 이번에도 일주일 간 신나게 먹고 마실 걸 예상한 선원들은 그들의 무기를 던져대며 환호성을 질렀다. 선장을 닮아 파티를 좋아하는 구만? 샹크스의 말에 버기가 뭐가 나쁘냐! 라며 버럭거리느라 출발이 조금 지체되었지만 곧 두 대의 본선은 근처의 어떤 섬을 향해 움직였다. 





*





"보물 이야기 인거냐네?"

"어…? 뭐, 그런거지!"


날 속이려고 하다니. 미스터 3의 한심한 눈길을 받으며 버기는 선장실을 나갔다. 제 크루들은 이미 대부분 갑판으로 나와있었다. 그의 뒤로 천천히 미스터 3이 선장실에서 나왔다. 아마 정박한 김에 책을 사러 가는 것이겠지. 버기는 갑판의 녀석들이 다 잘 보이도록 하늘로 둥둥 떠올랐다. 오오- 환호성이 나오는 제 크루들을 만족스럽게 보며 버기가 실실 웃었다. 


"네놈들!! 니들이 나 같이 화끈하게 훌륭한 선장 만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

"멋진 약탈을 위해서!!"

"당신같은 훌륭한 해적을 따랐다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

"즐거운 해적질을 위해서!!"


다 틀렸다!!! 버기가 호탕하게 웃었다. 제 선원들을 향해 손가락을 쫙 펴보인 그는 굉장히 악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그건 바로 놀 때 화끈하게 노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지!! 가서 인생에 남을 만큼 화끈하게 놀다 오라고!!"

""와아아아!!!!!!!!!""


우렁찬 외침이 몸을 저릿저릿하게 해 왔다. 역시, 명성이란 좋은 거야. 버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내려왔다. 마침 정박한 섬은 꽤나 놀이시설이 있는 곳이었다. 붉은머리 해적단의 배에서도 다수가 내려 마을 내를 즐기러 들어갔다. 두 배가 함께 정박하여, 섬을 공유하는 조건은 단 하나였다. 싸우는 것은 좋지만, 그들의 선장 앞에서 싸울 것. 해적에게 쌈박질을 하지 말라는 것도 우스웠다. 물론 선장이 없을땐 부선장이 선장 대리를 맡는 조건으로. 버기는 아까 공중에 떴을 때 봐둔 샹크스가 있는 지점으로 내려갔다. 제 멤버들이 배를 떠나 노는 것을 응원하는 샹크스를 보며 파티 좋아하는 건 그렇게도 닮았을 수가 없는데, 어째서 사이가 나쁜건지 이해하기가 힘들어지는 버기였다. 샹크스는 하하 웃던 얼굴을 돌려 버기를 맞이했다. 활짝 웃는 얼굴로 제 오른 손으로 버기를 홱 끌어당긴 샹크스는 휙휙 불어대는 제 크루 휘파람을 음악 삼아 버기를 질질끌고 갔다. 해변의 한쪽 끝에 작은 배가 놓여있었다. 


"뭐야, 이거 타고 가는거냐?"

"어쩔 수 없어. 배를 끌고 가기엔 해안이 좀 얕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다 나눌 건 아니잖아?"


찡긋 윙크를 하는 샹크스 탓에 버기가 입술을 삐죽일 때 샹크스가 언질도 없이 그를 배로 밀어넣었다. 물론 동강동강 열매 능력자로써 볼썽사납게 넘어지거나 하지 않을 듯 했지만, 버기는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배 안으로 엉덩이부터 들어갔다. 


"네 녀석!! 화끈하게 죽여버린다!?"

"날 죽이면 보물 위치를 모르잖아?"


이건 정보지, 지도로 표시된 게 아니라고? 능글거리며 웃는 샹크스가 노를 가지고 배에 올라탔다. 짜증을 버럭버럭내며 엉덩이를 매만진 버기는 배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아무리 쳐다봐도 샹크스는 노를 저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뭐 하냐, 네놈 노 안 저어? 버기의 물음에 샹크스는 한쪽 팔을 드러냈다. 


"난 손이 하나라서, 이 손이 지치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손이 멀쩡한 네가 저어야지."

"아주 뻔뻔스럽게 말하는 구만?!"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천하의 붉은 머리가, 노 조금 젓는다고 손을 못 쓸 일은 없다고도 생각했지만 버기는 제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 감사. 냉큼 자리를 옮기며 버기에게 노 젓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준 샹크스는 망토를 입고 짜증나는 얼굴로 노를 젓는 버기를 올려다보며 실실 웃었다. 작은 배가 끼익 끼익 소리를 내며 물살을 갈랐다. 


도착한 곳은 그렇게 멀진 않지만, 그렇다고 수영으로 올 만한 곳은 아니었다. 저 멀리 가물가물하게 신형이 보이는 저의 배를 확인한 버기는 갑자기 배가 기우뚱거리는 게 느껴졌다. 


"야, 빨간 머리. 이 배 좀 위험한 것…?"


문장은 제대로 완성되지 못했다. 두어번 뒤뚱거리던 배는 어쩌지도 못할 상황에서 갑작스레 뒤집혔고 두 사람은 그대로 바다에 빠졌다. 버기는 몸에서 힘이 점점 빠지는 게 느껴졌다. 아이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보물을 찾으러 왔다가 이렇게 허망하게 죽나…. 힘이 빠지고 숨이 막히는 것을 느끼는 데 강한 힘이 그를 끌어당겼다. 


"푸학학!!"

"버기, 괜찮아?"

"괜찮, 쿨럭- 괜찮아 보이냐…!"


해수에 닿아 힘조차 나지 않는 버기는 저를 끌어올린 샹크스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마치 땅에 선 듯 올곧게 서서 그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읏챠. 그의 손을 잡혀 있던 팔이 한 차례 크게 아프더니 샹크스의 팔이 제 등을 감싸고 버기를 부축했다. 


"야, 넌 팔 없는 놈한테 부축당하니까 좋냐? 좀 일어나라고."

"너… 어떻게 서 있지…?"

"어떻게라니, 여기 물이 허리까지만큼도 안 온다고. 일어서, 버기."


물만 나가면 되는 거였지? 샹크스가 중얼거리며 버기를 해안가로 끌어냈다. 해수에서 떨어지고 나서도 몸에 푹 젖은 옷이 달라붙은 탓일까, 영 힘을 못 찾는 버기를 위해 샹크스가 머릴 긁적이더니 어디선가 모닥불을 만들어선 버기를 불렀다. 일단 뭐가 됐든, 너 옷 부터 좀 말려야 겠는데? 버기가 흐느적거리면서 걸어왔다. 나이스 아이디어. 그는 조금 덥다 싶은 모닥불 앞에서 윗옷을 훌렁훌렁 벗었다. 이놈의 망토 때문에 더 몸이 무거운 듯 했다. 상반신 탈의를 해 버린 버기는 모닥불 근처에서 더위를 참으며 바지를 말렸고, 샹크스는 그런 버기를 보며 연신 하품을 해댔다. 


"근데 배는 어떻게 되는 거냐?"


버기가 배의 파편으로 보이는 것들을 가리키며 묻자 샹크스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마 암초 따위에 부딪혀서 뒤집힌 것 같은 배는 쓸 수 없는 상태로 망가져 있었다. 몰라, 나중에 구조신호 하지 뭐. 벤 정도는 나 여기 있는 거 아니까. 그의 무덤덤한 말에 버기도 고개를 끄덕였다. 벤이라면 믿을 만 하지. 그가 샹크스의 배에서 가장 탐나는 선원이었으니. 대충 마른 거 같으니 갈까? 샹크스가 몸을 일으켰다. 그의 옷은 그다지 마른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지만 버기는 제 바지가 대충 말랐으니 샹크스 따위 어찌되든 좋았다. 그러지. 이 몸을 어서 보물에게 안내하라고. 버기 특유의 자존감이 듬뿍 묻어나는 말에 샹크스가 가볍게 웃었다. 그래, 어서 찾으러 가자-.





그들이 도착한 곳은 무인도였다. 사람의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는 자연의 길에서 그들은 야생동물마냥 낯선 길을 탐험했다. 중간중간 높은 곳을 향해 날아간 버기가 대충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전달하면 샹크스가 그걸 토대로 길을 터는 방식이었다. 특제 머기탄으로 날려버리자는 버기의 첫 의견은 어디에 있을 지 모를 보물 및 그 보물을 향해 난 길을 부셔버리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소거되었다. 한참동안 숲을 나아갔을까, 그들은 꽤나 맛나 보이는 과일을 발견하곤 독이 있는지를 시험하기 위해 서로에게 먹이려 한바탕 난리를 쳤다. 결국 그 과일은 독이 없었고,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먹긴 했지만. 


샹크스가 예상하는 지점까지 1/2 정도 온 그들은 잠시 쉬기로 했다. 교대로 길을 튼 두 사람은 꽤나 피곤해져 있었다. 특히나 아까부터 하품을 연발하던 샹크스는 잠깐 멈추기만 해도 졸기 일쑤였고, 버기는 그가 없으면 안되므로 짜증을 버럭버럭 내며 그를 깨우곤 했다. 휴식을 정하고나서, 샹크스는 냉큼 바닥에 주저앉아 나무에 제 등을 기대고 자기 시작했다. 버기는 그런 그의 옆에 제 발을 잠시 두곤 공중에 떠서 이것저것을 살펴보았다. 제가 먼저 찾아서 나가면 샹크스 녀석과 나누지 않아도 되겠지! 그가 잠드는 동안 구조신호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켈켈거리며 공중을 맴돌던 버기는 곧 그 자신이 어느 쪽 길로 왔었는지 감을 잃었다는 사실을 눈치채곤 조금 침울해져서 도로 내려왔다. 키가 허리를 훌쩍 넘기고, 가끔은 키를 넘기는 식물들을 베어나가며 진전한 탓에 거꾸로 돌아간다면 아마 알겠지만 공중에서 보는 것으로 추측하기엔 이 숲, 아니 정글이 너무 넓었고 무성했다. 버기는 샹크스의 옆에 퍼져 앉았다. 입까지 벌리며 새액 새액 자는 꼴을 보아하니 며칠간 잠을 못 잔 것일까. 바닷바람에 거칠어진 머리칼이었지만 그의 그을린 피부와는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버기는 제 견습 동료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자식도 입만 다물고 있으면 멀쩡하게 생긴 얼굴인데 말이야. 그는 때아닌 얼굴 품평을 시작했다. 영 산적같아 졌는걸? 원래도 그랬지만 예전 그의 모습은 조금 더 미청년인 이미지였던 것 같은데 그런 그가 어느새 떡 벌어진, 조금 위협스런 얼굴의 사내로 성장해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 어렸을 적 저와 투닥대던 밉상인, 어린 얼굴을 떠올리는 건 버기에게도 쉽다고는 하기 힘든 일이었다. 


버기는 나뭇잎 바람에 흔들리는 그의 붉은 머리가 그의 코를 간지럽히는 걸 보곤 킥킥거리며 웃었다. 잠결에도 간지러운지 코를 움찔대며 표정을 구기는 샹크스가 재미있어 근처 풀을 꺾어 샹크스의 코를 간지럽혔다. 입을 벌리고 자는 그의 입 속에 풀을 넣어보기도 하며 혼자 낄낄대던 버기는 제 코에 톡 하고 닿는 물기를 느꼈다. 떨어지는 물방울은 그가 느꼈다고 생각하기 무섭게 그 양을 늘렸고, 곧 후두둑 소리가 나며 나뭇잎과 풀들을 두들겨댔다. 비 맞는데서 잠들면 안되지! 버기는 샹크스를 흔들어 깨워 그를 질질 끌곤 오던 길에 있던 커다란 나뭇잎의 식물 아래로 몸을 숨겼다. 커다란, 아니 거대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그 식물은 한 장의 잎으로도 두 사람을 충분히 가리고도 남았다. 


"덕분에 화끈하게 살았다."


버기가 샹크스를 바닥에 내팽겨쳤고, 끌려오던 도중에 깬 샹크스는 잠이 덜 깬 눈을 껌뻑거리며 현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아, 뭐야. 그건가, 스콜? 샹크스의 납득한 듯한 말에 버기가 스콜? 하고 되물었다. 응, 스콜. 샹크스는 그의 되물음의 의도를 잠시 파악하는 듯 하더니 비웃는 듯한 얼굴로 시비를 걸어왔다. 너 스콜 모르는 거 아니지? 그의 전매특허인 버기 짜증 불러일으키는 표정은 어릴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난 정글 따위 모른다고! 그거야 항해사가 알면 되지!! 빽빽거리며 불만있냐고 흥분하는 버기를 계속 놀리며 샹크스가 말을 이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짧은 시간내에 다량의 비가 오는 현상을 말해. 아마 금방 그치겠지. 그의 말에 버기가 툴툴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샹크스가 몸을 일으키려다 윽 하고 짧은 비명을 질렀다. 


"뭐야?"

"아, 여기 왠진 모르겠지만 피가 나서 말이야."


샹크스가 제 손등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아마 버기가 끌고 오다 아무렇게나 내팽겨친 탓에 근처에 돌이나 풀에 긁힌 거겠지. 버기는 딴청을 피우며 비도 많이 오는데 씻던가? 라며 비아냥댔다. 앗, 그러고보니. 샹크스가 무언갈 깨달았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지 말라고, 이 바보 자식아. 비 들어온단 말이야!"


계속 내리니까 추워 죽겠구만. 버기의 투덜거림이 곧 조금 축축하지만 따뜻한 것으로 덮혔다. 음? 버기가 위를 올려보자 샹크스가 그의 망토를 벗어 버기에게 걸쳐준 것이었다. 뭐냐? 버기가 제 몸에 걸쳐진 망토를 두 손가락으로 집어들며 묻자 샹크스는 짐짓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어라, 서운한데? 난 네가 추울까봐 벗어준 거라고?"

"피, 필요없거든?!"

"이빨 딱딱 부딪히며 그런 말 해도 아무 의미가 없거든, 버기?"


그, 그닥 필요한 건 아니지만 네가 줬으니 친절한 이 몸이 받아주지! 버기는 냉큼 샹크스의 망토를 둘둘 감았다. 아까 바닷물에 빠진 탓에 조금 젖어있긴 했지만 샹크스의 체온으로 말랐는지 데워졌는지 조금 뜨뜻했다. 


스콜은 생각보다 그렇게 금방 멎지는 않았다. 아까 샹크스의 망토를 안 받았으면 어떻게 됐었을까? 버기는 제 맨몸의 상체 위에 그의 망토를 조금 더 꼭꼭 덮으며 잎사귀 바깥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았다. 


"야, 빨간머리. 너 아까 피난 건 괜찮냐?"

"아, 어어. 이런 건 침바르면 낫지. 그러는 너야말로 다친덴 없냐?"

"이 몸이 다칠 리가 있냐!"


가슴을 팡팡 치는 버기를 돌아본 샹크스가 빙긋 웃었다. 갑자기 그가 가까워지는 듯 하더니 버기의 조금 식은 볼에 따뜻하고 축축한, 마치 샹크스의 망토 같은 것이 닿았다. 그것보단 조금 더 높은 온도일까. 멍 하니 무언가를 당해버린 버기가 넋을 빼고 샹크스를 쳐다보자 샹크스가 빙글거리며 웃었다. 거기, 다쳤는 거 같아서 침 발라뒀어. 고맙지? 뻔뻔하게 감사를 요구하는 샹크스를 보며 버기가 얼굴을 발갛게 달아올리며 악악댔다. 


"옷도 벗어주고, 상처도 치료해주는 이런 친절한 적이 어디있냐?"


버기의 악담을 한귀로 흘리며 샹크스가 허허 웃었다. 버기의 악담이야 익숙했고, 오히려 없으니 그리울 지경이었으니까. 야, 옷 필요 없거든? 네놈도 셔츠 젖어서 안이 다 비치는데 뭔 양보야, 양보는! 필요없어! 바락바락 지르는 악에 목소리가 상하진 않을까 싶을 정도로 버기는 악을 써댔다. 하하, 버기. 그렇게 소리지르면 목 쉰다고? 샹크스는 빙글빙글 웃었다. 


"그보다 말인데, 내 속살이 비쳐서 만지고 싶은거야? 굉장히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는 걸?"

"누, 누가!!"


버기가 버럭 화를 냈다. 누가 네놈 속살 따윌 궁금해 한다고 해!? 망토나 도로 가져가시지! 화를 내면서도 끝까지 망토를 벗어주지 않는 버기를 보며 샹크스가 실실 웃음을 흘렸다. 


"왜? 난 네 속살 궁금한데. 넌 아닌가봐?"

"…? 야, 다-당연하지! 이 몸은 말이야…!"


말을 더듬는 버기의 앞으로 샹크스의 얼굴이 들이닥쳤다. 바닷물과 비에 젖은 샹크스의 얼굴은 꽤나 퇴폐적인 미를 자랑했다. 미소년이 미쳥년, 미중년으로 자란다던가. 버기는 산적같은 얼굴에서 새어나오는 그의 참을 수 없는 퇴폐미에 헉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응, 이 몸은, 뭐? 날 좋아한다고?"


바닷물에, 비에, 그리고 샹크스에 젖은 웃음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농염했고, 버기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는 게 느껴졌다. 떨어지지 않는 입을 겨우겨우 열어 더듬거리며 내뱉은 말은 자기가 생각해도 조금 어이가 없었다. 


"누, 누가 네 녀석 따윌!"


그 말에 단 하나의 상처도 받지 않은 듯한 샹크스는 빙글빙글 웃고 있었고 그 얼굴이 가까워짐에 따라 버기는 고였던 침을 꼴깍, 하고 삼켰다. 침, 맛있게 삼키네. 샹크스의 말은 귀가 아니라 입술로 들려왔다. 입김이 닿는 거리에서 버기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말캉한 것이 입술에 닿아왔다. 


키스는 하는 사람의 성격을 닮은 것일까. 구렁이가 꿈틀대듯 유연하게 버기의 안으로 밀고 들어온 샹크스는 그의 뒷목을 한 손으로 붙든 채 고개를 틀어 깊게 파고들었다. 샹크스의 느낌 답게, 끈적하고 어른스러운. 그러면서도 퇴폐적이고 야성적인 키스는 버기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겨우 떨어져나갔다. 얼굴 색이 코랑 비슷해 졌는데? 샹크스의 장난 어린 말에도 대답 하지 못하고 입술만 닦은 버기가 그를 노려보며 헉헉댔다. 


"너… 키스 왜 이렇게 화끈하게 잘하냐?"

"왜? 그래서 맘에 들었어?"


아니-.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키스는 끝내주게 했지만, 그게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버기는 제 마음에서 샘솟는 이 짜증을 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었다. 젠장. 잘해서 짜증나. 툭 하고 내뱉은 말에 샹크스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그거, 질투야?"

"이 몸은 질투 같은 거 안 한다고!!"


어이어이, 태클 걸 곳이 거기인거야? 조금 풀린듯한 웃음을 짓는 샹크스를 바로 마주보지 못하는 버기가 한 손으로 얼굴을 틀어쥐곤 고개를 돌렸다. 말하고 나서야 눈치챈 것 같았다, 자신의 감정에. 이건 질투가 맞았다. 답지않은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어내리자 뒤에서 포근하게 안아오는 품이 있었다. 


"뭐야, 이거 치…!"

"다 널 줄게."


뭐? 버기가 되물었다. 그의 뒤에서 안아오는 손을, 품을 뿌리치지 못한 채 되물었다. 그의 목소리에 더 꼬옥 안아오는 팔. 버기는 아차 싶었지만 어깨 즈음에서 들려오는 샹크스의 약간, 어리광 부리는 듯한 말투는 다분히 오랫만이었고 늘 밉상 이던 녀석의 별 없는 귀여운 점이었기에 가만히 두었다. 샹크스는 버기의 어깨에서 턱을 꿈지럭대며 말을 이었다. 


"니가 맘에 들어하는 내 키스실력이고 뭐고, 다 줄게. 너한테. 나를 온전히."


빗방울이 잎사귀를 두드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톡, 투욱 툭. 꽤나 묵직한 빗방울이 서너번 떨어진 후일까. 버기가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이 몸이 그런 거 준다고 좋아할 줄 알면 화끈하게 오산이라고. 샹크스는 제 품에 담긴 버기를 더 꼬옥 끌어안았다. 응, 알아. 그래도 주고 싶은 걸. 샹크스의 나지막한 말이 잎사귀의 바람과 함께 들어왔다. 버기의 몸이 조금 꿈틀거렸다. 그의 귀가 빨갛게, 코 마냥 붉어져 있었다. 그의 뒷통수까지 귀여워 샹크스는 풋 하고 웃음이 터졌다. 


"젠장… 보물 못 찾으면 너도 화끈하게 거절당할 줄 알라고."

"응응, 그러자."


샹크스가 쪽 하고 버기의 목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부분에 키스했다. 허락 없이 그런데 키스하면 죽여버릴 테니까…! 버기의 수줍은 듯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샹크스가 팔을 풀고 버기의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거, 허락 맡으면 해도 된단 얘기지? 제 좋을대로 해석한 샹크스는 고개를 푹 숙인채 빨갛게 익어가는 버기를 보며 빙글빙글 웃었다. 시끄러워. 


버기의 투정과 같은 말이 내리고, 거짓말처럼 비가 뚝 그쳤다. 


"그럼 거절당하기 싫으니까 보물이나 찾으러 가 볼까?"

"어이어이, 이유가 화끈하게 불순한데?"


좋은 게 좋은거지. 샹크스가 몸을 일으키는 버기에게 손을 내밀었다. 샹크스의 미소가 정글 속으로 비쳐들어오는 개인 하늘의 햇살과 같이 반짝였다. 뭐, 나쁘지 않을지도. 버기는 그의 굳은살 박힌 손을 꽉 잡고 일어났다.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정글, 그 위에 무지개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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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님@croyance_F  리퀘!! 졸린 와중에 써서 제대로 썼는지도 잘 모르겠는... 눈을 반쯤 감고 썼지만ㅋㅋㅋㅋㅋㅋㅋ 


총 3013자 입니다! 기준은 젠라이터... 왜냠 제가 글자수 세는게 지금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


꾸금꾸금을 써달라던 팡님의 은근한 부탁은 못 들어 드렸군요~ 아쉽아쉽~ 생각보다 진도가 넘 느려서 걍 관뒀읍니다 ㅋㅋ 떡씬까지 쓰면 아마 1만자는 넘기지 않을까...(글자조절고자임


샹버기는 처음이라 많이 쑥스럽군요. 저도 좋아하는 커플링입니다 헤헤. 덕분에 써봐서 넘 기뻐요!



+사담) 그리구 뭣보다 우리 징베 오야붕 와주어서 너무너무 기쁜 요즘♡ 행복을 담아 썼읍니다!  오야붕 저랑 오래오래 가요♡











"형."

토르는 뒤를 돌아보았다. 웅장한 대리석 조각 옆에서 슬그머니 나타나는 개구진 얼굴의 로키가 보였다. 로키는 특유의 걸음걸이로 바닥을 톡톡 두드리듯 걸어왔다. 무슨 일이냐, 브라더. 토르가 고개를 갸웃 했다. 구불거리는 금발이 후드득 떨어졌다. 아스가르드의 해는 미드가르드의 것보다 조금 더 옅은 빛을 띄고 있었다. 그 아래에서 토르는 찬란하게 빛나는 미드가르드의 해 마냥 빛나고 있었다. 로키는 빙긋 웃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아홉세계 최고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우면서도 강력한 갑옷. 토르는 늘 그 갑옷을 입고 있었다. 제 자신이 아스가르드의 다음 왕이란 사실을 자각해서일까, 아님 그저 아스가르드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일까. 아니면 그저, 그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것일까-. 로키는 토르의 맞은편에 서서 그를 향하는 햇살을 제 등으로 막아섰다. 저에게 그림자를 드리운 로키를 보며 토르는 파란 눈을 반짝였다. 로키의 등 뒤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하늘이, 평소의 배는 아름다워 보였다. 로키. 토르는 입을 조그맣게 벌려 그의 이름을 혀 위에 굴렸다. 로키가 천천히 허리를 숙여 토르가 앉은 협탁에 두 손을 짚었다. 달칵, 하고 그릇이 흔들렸다. 그 흔들림에 젖은 것일까? 토르의 입에 침이 고였다. 차마 삼키지도 못한 채 두 손을 내려 짚어 그를 내려다보는 제 아우를 올려다 보았다. 우아하고 깔끔하게 빗어넘긴 검은 머리칼이 보였다. 참으로 아름다운 색이지. 토르는 세상의 모든 검은색 중 로키의 머리 빛깔을 가장 마음에 들어했다. 가볍게 손을 올려 로키의 머리 끝자락을 만지작거리자 로키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형은 정말 내 머리카락을 좋아해."
"맞는 말이다. 네 머리카락은 참으로 아름…."
"그리고 정말, 날 좋아해."

그렇지? 로키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토르의 심장을 두들겨왔다. 토르는 굳어버린 제 손을 로키의 머리카락에서 떼지도 못하고 그를 쳐다보았다. 녹색 눈이 짙어진다. 로키의 오른손이 다가와 토르의 턱을 부여잡는다. 왜, 모르는 줄 알았어? 부여잡은 턱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볍게 쓸며 로키가 하하, 웃었다. 빳빳하게 굳은 제 형을 보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내가 모르는 줄 알았다고 믿었다는 게 더 놀라운데. 로키는 빙글빙글 웃으며 거리를 좁혔다. 토르가 움찔거리는 것이 손으로 느껴졌으나, 자리에서 일어나진 않았다. 로키는 제 머리카락을 만지던 그의 손을 다른 한 손으로 잡았다.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토르의 것을 희롱하다 손가락 사이에 제 것을 넣어 손을 꽉 그러쥐었다. 그의 금빛 속눈썹이 떨릴 때 마다 깍지 낀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형.
로키가 자그맣게 그를 불렀다. 고개를 쳐든 상태에서 눈만 내리깔고 있던 토르가 제 파란 눈을 다시 내보였다. 로키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었다. 형이랑 키스하고 싶어. 로키의 말에 토르의 눅눅하게 젖은 눈이 흔들렸다. 

"나는 형을 이렇게 좋아하는데, 형은 날 어떻게 좋아하는 지 모르겠어."
"……."
"그래서 말인데, 키스를 해 보면 형도 알 것 같아서 말이야. 날 향한 마음이 어떤 건지."

로키의 말은 머리를 빠르게 뚫고 지나갔다. 내가, 널? 마음, 키스? 토르의 머릿속이 혼잡해졌다. 로키가 다시 한번 부추겼다. 응? 그게 제일 확실할 것 같지 않아? 낮게 속삭이는 로키의 목소리는 선악과를 먹으라 이브를 달콤하게 유혹하던 뱀과 같은 것이었다. 로키의 목소리가 저를 지배하는 것 같았다. 눈을 질끈 감아 잡 생각을 떨쳐내자 로키가 깍지 낀 손을 돌려 토르의 손등에 가볍게 입술을 대었다. 가벼운 마찰음과 함께 손등에 감겨오는 뜨거운 숨. 토르는 고장난 기계처럼 삐걱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선택이야. 로키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로키의 숨결이 코끝으로 느껴졌다. 숨결마저 손이 되어 저를 어루어 만지는 듯한 기분에 토르가 파르르 눈꺼풀을 닫았다. 

로키의 향이 나는 숨결은 토르의 코끝과 입술을 간질였다. 눈꺼풀을 닫고 될 대로 되란 심정으로 기다리던 토르는 뒤이은 접촉이 없는 것을 의아하게 여기며 꼭 감았던 눈의 힘을 스르르 풀곤 눈을 떴다. 그의 눈 앞에 들어온 로키는 애증과 소유욕, 집착이 뒤섞인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로키를 부르려는 찰나, 로키의 조금 말랐다 싶은 입술이 토르의 것을 덮어왔다. 밀려들어오는 뜨뜻한 근육과 로키의 맛에 토르는 당황할 새도 없이 입을 열어 받아들였다. 토르의 턱을 부여잡은 손은 슬그머니 움직여 그의 뒷목을 끌어 안았고 덕분에 더 깊게 침투한 로키가 진득한 눈을 뜬 채로 토르를 잡아먹을듯 내려다 보았다. 토르는 크게 뜬 눈을 다시 반쯤, 그리고 더 많이 감았다. 눈을 감자 모든 집중이 다른 감각으로 향했다. 저를 붙잡고 들어오는 로키의 체온과 혀, 코끝에서 떠나지 않는 로키의 향과 아스가르드의 냄새, 민망하다 싶은 질척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가운데 입 안에서 진한 로키의 맛이 났다. 

'키스가, 싫지 않다….'

토르는 저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제가 동생을 아낀다 생각한 것은 다 거짓 이었던 건가. 자신은, 동생을, 사랑하고 있던 것이었나. 눈을 감은 채 온 몸으로 로키를 느꼈다. 로키는 그에게 있어 더 이상, 아껴주고 지켜줘야 할, 가끔은 싸움도 하고 티격태격 거리기도 할 동생이 아니었다. 한 명의 어엿한 남자로 제 안에 들어왔다. 로키가 긴 키스 끝에 입술을 천천히 떼었다. 어때, 알 것 같아? 낮은 목소리로 물어오는 로키를 향해 토르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대답 안 해 줄거야? 로키가 재차 물어왔으나 토르는 애꿎은 제 허벅지만 쥐어 뜯었다. 

"…그럴 리 없는데."

로키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왜냐면 난 형이 날 사랑하는 걸 알거든. 토르의 눈이 미드가르드의 하늘 빛처럼 푸르게 밝아졌다. 로키가 햇살에서 비켜나고 다시 둘의 앞엔 아스가르드의 풍경이 장엄하게 펼쳐졌다. 날 위해서 이 아스가르드도, 아홉세계의 왕좌도 포기할 걸 안다고. 로키의 녹색 눈이 반사되는 햇살에 반짝거렸다. 



토르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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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뭐냐... 호스트가 키스할 때 눈 감으면 기다렸다가 눈 뜨면 GO라는 글 보고 쪄낸 로키토르인데 분위기가 너무다름잼;;;
당황스러운데..??





"그럼 나 샤워하고 올게."


끄덕끄덕. 키드는 차마 뒤를 돌아보지도 못하고 겨우 알아들은 샤워, 라는 단어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먼저 샤워실로 보낸 로우때문에 씻고 나왔더니 옷을 벗고있던 로우를 보고 키드는 바람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빠르게 돌렸다. 로우가 제 뒤에서 바스락거리며 옷을 벗고 샤워실 문을 닫고서야 그 쪽을 힐긋 볼 수 있었던 키드는 가자고 해서 냉큼 따라온 제가 너무 속보이진 않는지 이래도 괜찮은건지에 대한 걱정을 태산같이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가 남자랑 해 본 적이 없다는 것. 남자끼린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에 로우가 들어간 틈을 타 인터넷 검색을 하자 화면에서 살색 향연이 펼쳐졌고 키드는 으아아 소리죽인 신음을 흘리며 핸드폰을 집어던졌다. 솨아아-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고 키드는 머리에서 식은땀이 삐질삐질 나는 걸 느끼며 도로 폰을 주워왔다. 손으로 두어번 털고 다시 연 액정화면엔 아까와 다름없이 살색의 향연이 펼쳐졌고, 그 대부분은 성인 포르노인 듯 했다. 사진을 두어개 넘겨보던 키드는 도무지 볼 만한게 안된다고 생각해 글자로 이루어진 것을 읽기 시작했고 곧 핸드폰을 다시 집어던졌다. 이불 위에 던져진 핸드폰은 폭 소리를 작게 내며 안착했고 키드는 불안감에 손가락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샤워기 물 소리는 끊이지 않았고 혼자 방 안을 서성거리던 키드는 결국 방 안의 이것저것을 만지다 티비를 틀었고 모든 모텔방이 그렇듯 뉴스와 유료 영화, 조금 오래된 듯한 야동이 흘러나왔다. 뉴스라도 보고 있으면 괜찮으려나 싶다가도 로우가 나왔을 때 모텔방에서 뉴스를 보고있는 남자라는 인식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 아예 티비를 꺼 버렸다. 


경험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렇게 정조관념에 철저한 사람도 아니었고 여자친구 비슷한 것도 있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이 남자라는 것과, 남자 상대로는 경험이 전무한 것은 물론이요 말조차 통하지 않는다는 건 꽤나 큰 장벽으로 존재했다. 쏟아지는 물소리에 왜 힘이 들어가는지 모를 하반신과 자꾸 어른거리는 로우의 벗은 몸 때문에 키드는 벽에 머리를 쿵쿵 박았다. 제 아들내미는 생각보다 너무 건강한 듯 했다. 


샤워기 물이 그쳤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키드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천장과 샤워실을 번갈아 보는데 샤워실의 문이 달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열렸다. 로우가 가쁘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픈가?!'


키드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로우를 빤히 바라보았다. 로우는 샤워실에 들어가기 전 보다 조금 더 발갛게, 그리고 호흡이 가팔라져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껌뻑거리며 그를 쳐다보던 키드는 로우가 몸을 휘청이자 쏜살같이 튀어나가 그를 부축했다. 손 너머로 뜨끈한 열기가 훅훅 넘어왔다. 로우는 저를 붙드는 키드의 몸에 제 체중을 실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했다. 아무래도 관계 전 몸을 정갈이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해 열심히 뒤를 씻어냈더니 꽤나 지쳤다. 이걸 게이커플들은 잘도 해대는군. 로우는 입술을 다물지 못하고 후우- 숨을 길게 내쉬었다. 제 몸을 탄탄히 받쳐내는 키드의 팔뚝이 느껴졌다. 제대로 물기도 닦지 못한 상태로 수건을 어깨에 걸치고 한참을 그에게 기대어 서 있었더니 잠깐 움찔거리던 키드가 곧 로우를 안아들어 침대 위로 옮겼다. 키가 작지 않은 로우였지만 생각보다 가볍게 드는 탓에 놀라 눈만 깜빡거리고 있자 그는 로우의 목에 감긴 수건을 풀어 로우의 몸을 조심스레 닦아주었다. 여린 속살을 닦을 때 떨리는 로우의 몸을 보며 얼굴에 피가 한껏 쏠린 키드는 로우의 몸을 다 닦아내고 나자 도저히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커진 하반신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존나 크네."

[응?]

"안 들어가려나?"

[…미안, 흥분해 버렸어.]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머리를 긁적이는 키드를 보며 로우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아까 씻으면서 미리 풀어두길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과연 제가 다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근데 나도 남자랑은 처음이라서….]

"뭐라는 거야."


옹알대는 키드의 말을 들은둥 마는둥 한 로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상반신을 세웠다. 제 옆에 무릎을 꿇고 앉은 키드를 올려다보자 키드가 쑥쓰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이거, 쑥맥인가? 로우는 고개를 갸웃하다 별로 그래보이지 않는데- 라고 말하며 키드를 제 양 다리 사이에 가두었다. 스친 살결에 놀란 키드가 도로 저를 보았다 귀까지 벌개진 채 고개를 돌렸다. 자꾸 다른데 보지 말라고. 로우는 공손하게 앉은 키드의 손을 잡아끌었다. 부들거리며 끌려온 손은 조금 온도가 높은 살결에 닿곤 주춤했다. 움직여지는 손가락 끝에 닿아오는 보들보들 연한 살을 정신없이 느끼던 키드는 주름이 느껴지는 부분에 손이 닿곤 그제서야 제 손이 가 있는 위치를 깨달았다. 무릎 꿇은 채로 파드득 뛰며 고개를 돌리자 로우가 그의 손을 제 회음부에 문질러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차마 수건으로 닦지못해 촉촉한 부분은 남아있는 물기와 함께 손을 제멋대로 미끄러트렸고 제 눈 앞에서 벌어지는 그림에서 눈을 떼지도, 보지도 못하며 키드가 얼굴을 뜨겁게 불태웠다. 


"여기, 여기에 넣는거야."


로우가 나른하게 중얼거렸다. 너 모르냐? 로우는 아까 봐두었던 침대 옆 와곤의 서랍을 열었다. 러브젤이 구비되어 있는 모텔이라니. 일본스럽다 싶었지만 솔직히 찝찝했다. 하지만 없는 것 보단 낫겠지. 좁은 구멍으로 꾸역꾸역 나오는 젤을 제 손가락에 짠 로우는 여전히 그의 회음부에 댄 손을 어쩌지도 못하고 뻘뻘 땀을 흘리고 있는 키드를 보며 제 몸을 뒤로 젖혔다. 젤을 키드의 손가락이 닿은 그 아래부분에 바르고 뱅글뱅글 문질렀다. 제 손의 움직임 때문에 키드의 손이 허벅지 쪽으로 밀려났다. 미끌거리는 젤을 가득 묻힌 손가락을 뱅글뱅글 돌리다 제 안으로 가볍게 밀어넣었다. 온도가 낮은 젤이 들어감으로서 조금 수축되는 근육들을 느꼈지만 씻을때 푼 것 마냥 돌리자 뜨뜻하게 달라붙어오는 내벽. 손가락을 앞뒤로 조금씩 움직이며 젤을 더하자 질척한 소리가 생겨났다. 


주름 가득한, 조금 어두운 빛의 음지를 들락날락거리는 로우의 손가락은 키드의 목덜미를 조아오는 듯 했다. 손가락을 두개 째 밀어넣으며 저를 간간히 올려다보는 로우는 무척이나 색스럽고 뭉클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리며 로우가 약간 눕힌 제 몸이 불편했는지 한 손으로 키드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제서야 키드는 제가 로우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은밀한 부분은 손가락을 잘도 집어삼켰고, 키드의 눈두덩이가 욕구로 붉어졌다. 


"후우- 이제 니가 해 줘."


로우가 제 손가락을 빼내고 키드의 손가락에 젤을 발랐다. 미적지근한 온도의 젤이 손가락을 덮어왔다. 키드는 침을 꼴깍 삼키곤 로우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제 손가락을 하나 밀어넣었다. 키에 비례해 로우보다 더 길고 굵은 손가락은 깊숙히 쑤욱 밀려들어왔고 로우는 이물감에 낮은 한숨을 내뱉었다. 손가락에 닿아오는 끈적하고 따뜻한 내벽은 손가락을 삼킬듯 조여들었고 키드는 저도모르게 손가락의 갯수를 늘려 한번에 깊게 찔러버렸다. 


"으읏-!"


갑작스런 공격에 로우는 키드의 어깨를 꽉 부여잡았다. 아마 손톱은 박히지 않았겠지. 로우가 끙끙대자 키드는 안절부절못하는 강아지의 얼굴로 그를 내려다봤지만 손은 여전히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수십번 오간 손가락이 꽤나 익숙해졌다 싶자 키드는 내부를 탐색했다. 내부를 샅샅이 훑으며 손가락을 하나 더 늘리려는데 로우의 몸이 파드득하고 떨렸다. 얇은 신음이 터져나오고, 키드는 다시 한번 그 부근을 문질러댔고 로우는 짧게 신음을 토해냈다. 안그래도 한껏 달궈져있던 하반신은 아예 욕의를 뚫고 나올 듯 부풀었고 기어코 옷자락사이로 제 위용을 드러냈다. 로우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느낌에 낯설면서도 몸이 떨릴 정도로 자극되는 것에 파들파들 떨었다. 키드의 손가락은 귀신처럼 제가 느끼는 부분을 만졌고 로우는 결국 두 손으로 키드를 붙들고 아아- 낮은 목소리로 울었다. 


내려다본 아래에는 반쯤 발기해오는 로우의 것이 보였다. 그것은 의외로 나쁜 기분이 아니었다. 키드는 조금 더 뿌듯한 마음으로 로우의 안을 괴롭혔고 로우는 그가 맘에들어하던 그 목소리로 예쁘게 울어주었다. 눈 앞에 펼쳐진 약간 그을린 로우의 피부는 내부의 무언가를 자극하는 페로몬을 이끌어내는 듯 했고, 코끝에 닿는 바디샴푸의 향은 코가 아찔하도록 다가왔다. 제 손 끝에 닿아오는 열기 가득한 로우의 몸은 정직하게 자신의 손길에 반응했다. 


"아으윽!!"

[여기… 좋아?]

"하, 미친…. 왜 다들 전립선 맛사지거리는 줄 알겠다. 씨발, 존나 좋아으응!"

[로우… 로우….]


나지막하게 불러오는 제 이름이 들리자 로우는 이물감은 둘째치고 얼른 강하게 쑤셔줬으면 하는 생각이 머리를 꽉 채웠다. 학학 더운 숨을 내쉬며 로우가 눈을 반쯤 떴다. 얼굴이 발간 채 제 품 안에서 엉덩이를 농락하는 키드가 코앞에 보였다. 땀방울이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게 흐린 눈에 잡혔다. 한쪽 손을 스르륵 내려 키드의 하반신을 더듬거리자 곧 뜨겁게 발기한 키드의 것이 만져졌다. 큭 하는 소리와 함께 키드의 손가락이 깊숙히 들어왔다. 히익! 날카로운 신음을 내며 로우가 키드의 것을 문질렀다. 로우의 땀으로 축축한 손이 제 것을 잡자 키드는 짧게 화이트아웃을 당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로우가 바들거리며 모텔에 놓여있던 콘돔에 손을 뻗고 있었다. 그도 강렬하게 원하는 듯 했다. 키드는 손을 빼내곤 로우를 받치고 있던 손으로 그를 침대에 곱게 눕혔다. 긴 팔을 뻗어 콘돔을 집고 이빨로 찢어 꺼내 제 것에 능숙하게 씌우자 로우가 욕망에 차오른 눈에서 조금 눈초리가 올라간 눈으로 바뀌었다. 


"어쭈, 익숙한가 보지?"

[뭐라고?]

"흐응~"


말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딱 봐도 기분나쁘다는 식의 비아냥이 든 로우의 말에 키드는 대강 그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뭔가 변명을 이것저것 늘어놓았지만 어짜피 그는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했다. 키드가 울듯한 얼굴로 웅얼거리자 로우는 제가 포기하기로 했다. 뭐, 경험이 많으면 나야 좋지. 조금 씁쓸한 짜증남이 맴돌았지만 그는 키드의 것을 잡고 제 안에 밀어넣었다. 귀두 끝부분을 쿨쩍이며 넣던 키드가 천천히 밀고 들어오자 괴로워진 로우가 제 다리를 한껏 안아올렸다. 묵직한 것이 뿌듯하게 차오르며 하반신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고통이 덮쳐왔다. 





*(아 씬은 더 못쓰겠다)





허리를 두드리며 어기적어기적 호텔까지 다다른 로우는 제 뒤에서 안절부절 저를 쳐다보는 키드를 올려다보았다. 모텔에서는 그렇게 짐승처럼 덤벼들더니 나오니까 완전 강아지가 따로 없었다. 쯧 하고 혀를 차자 커다란 녀석이 바짝 긴장해서 울멍울멍한 눈으로 저를 내려다보았다. 이리와, 손짓하자 그가 쭐래쭐래 다가오더니 허리를 숙여 로우에게 키를 맞췄다. 그런 그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 준 로우는 주변을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키드의 입술에 쪽 하고 입맞췄다. 갑작스런 뽀뽀에 당황한 키드는 쩡 하니 굳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로우는 킥킥거리면서 저를 가리키며 


"로우라고 불러봐, 로-우."

[? 로-우웁?!]


우-라고 입술을 내미는 키드의 입술에 다시 한번 쪽 하고 뽀뽀했다. 키드가 허겁지겁 뒤로 물러나는 꼴을 보며 로우는 다시 킥킥거리고 웃었다. 핸드폰을 뒤적여 다시 번역어플을 꺼낸 로우는 뭐라고 몇 자 치곤 키드를 향해 액정을 들어보였다. 


- 내 생각하면서 자위해.


[??!?!]


키드가 벌건 고구마마냥 얼굴빛이 검붉어졌다. 로우는 다시 한번 웃었다. 잘 자. 굿나잇. 가볍게 손을 흔들고 호텔 안으로 사라져버린 로우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며 키드는 그 자리에서 한동안 떠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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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로우 일한고딩 썰은 여기서 마무리지어야지... 사실 한국어 배우는 키드도 쓰고싶었는데ㅋㅋㅋㅋㅋ 한국어 병신같이 말하는 키드랑 일본어 꽤 능숙하게 해내는 로우ㅋㅋㅋㅋ 아 사실 쓰고싶던건 이게 아니고 ㅋㅋㅋㅋ 이다음 이야긴데 ㅋㅋㅋ앞에꺼쓰다가 지쳤어 ㅋㅋㅋㅋ큐ㅠㅠㅠㅠ























oh 의식의흐름기법주의 oh

oh 개소리주의 oh



*로우가 코라상을 생각하는 아무 의미없는 듯한 독백

**내가 썼지만 다신 보고싶지않은 느낌(5글5글











비가 오는 날이다.


코라 씨, 당신은 거기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까? 난 이렇게 비 오는 날이면 당신이 생각나. 아니, 굳이 비 오는 날이 아니어도 생각은 나지만. 

비가 오면 당신은 매번 담뱃불을 붙이다 라이터를 다 써버리곤 했지. 그 땐 그게 참 바보같고 어리석어 보였는데 지금은 그것마저 그립다고 하면 믿을까. 


코라 씨, 당신이 있었기에 나는 구원받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또 사실이기도 하지. 그것엔 늘 감사하고 고마워하곤 있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당신의 의지를 잇기 위해 올 수 있는 모든 것의 원점이기도 하고. 

그런데 말이야, 참 우습다? 당신이 나의 뭐라도 된다고 생각한 건진 몰라도, 나한테 그러면 안됐었어. 죽을 각오를 하고 찾아온 내게, 그렇게 대해주면 안됐어. 그렇게 하나부터 아홉까지 어설픈 주제에, 하나만 진지하면. 그러면 안됐었어. 


오늘의 하늘은 말야, 참 어두워. 먹구름이 끼고 침울한 기운이 가득하지. 그런데 그거 알아요? 당신을 떠올리고, 당신과의 즐거운 일 혹은 괴로웠던 일들을 생각하면 할수록 하늘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어. 언제나처럼의 하늘이었는데, 그게 참 많이 달라보인다고.


당신 말야, 내게 이런 짓을 해놨으면 책임 져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나? 보통 일반 상식이지 않냐고? 대책도 없으면서 말만 번드르르한 주제에 내게 이런 말 까지 시키는 건 대체 왜야. 이렇게 말해도 결국 난 당신이 있었기에 구원받았고, 그 위에 새로 자라난 하늘이다. 내 위의 어둠을 없애고, 새로 자라난 하늘이야. 이 하늘은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내 위에서 뿌리내리고 있다. 마치 당신이 내게 그런 것 처럼. 


코라 씨. 그 곳은 안락한가? 당신이 나를 내려다 볼 수 있을만큼, 그런 여유가 있는 곳인가? 비가 내리면 하늘이 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떨치지 못하지만 그것도 다 코라 씨 당신이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나쁘지만도 않은 것 같다. 


코라 씨. 오늘도 이렇게 들을 이 없는 말을 읊조려 보지만 당신에게 전해지리라 믿고 싶다. 아니라고 해도 그렇다고 치자. 


왜냐면,

오늘같이 비 오는 날은,

당신이 너무 만나고 싶어지기 때문에.

그 정도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기 때문에.



-호텔 어디야? 만나러 가도 돼?

-어느 호텔이야? 할 말 있으니까 만나고 싶은데.


키드는 탁탁탁 메일을 쓰다 지웠다를 수십번 반복하며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제가 아무리 일본어로 메일을 써 봐야 저 쪽은 번역기를 돌리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이상하지 않게 쓰고 싶다고! 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앞에 있던 가게 셔터를 발로 쾅 하고 찼다. 셔터가 웅웅 소리를 내며 세차게 울었다. 아, 뭐야- 놀랬잖아. 투덜거리는 같은 무리 녀석들의 말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까 들은 그의 목소리가 귀에서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목소리도 예뻤던 거 같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화악 달아오르는 얼굴 때문에 괜히 성질을 내며 셔터를 한번 더 걷어찬 키드에게 담배를 물고 있던 녀석들에게서 불평이 터져나왔다. 


[뭐야? 시끄럽잖아, 자꾸.]

[하… 미안. 별 거 아냐.]

[기분 더러우면 담배라도 피던지, 자.]


키드는 제게 건네지는 담뱃곽을 밀었다. 아냐, 지금 담배고 뭐고 피울 기분이 아냐. 고민고민하다 완성한 문장은 결국 


-만나고 싶은데 어느 호텔이야? 


였다. 마지막에 '내가 갈게'라는 말을 넣을까 말까를 고민하던 키드의 뒤로 슬금슬금 다가온 한 녀석이 대뜸 송신 버튼을 눌러버렸고, 으악 하는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메일은 그대로 송신되었다. 


[미쳤냐!!!!]

[아, 왜 그렇게 화내냐? 새삼스럽게.]


친구들이랑 자주하던 장난이긴 했지만 지금은… 지금 건 아니었다고! 키드는 말 못하는 울부짖음을 짜증으로 순화해 가게 셔터를 한번 더 걷어찼다. 메일 하나 보내는 데 이렇게 지치다니. 휴우, 하는 한숨소리와 함께 빠져나가는 기운. 그는 자리에 털퍽 주저앉았다. 학교에 돌아가서 가방을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은 1g도 들지 않았다. 해가 점점 낮아지고 있었다. 적막한 곳에 때때금 전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야, 담배 줘 봐. 키드는 옆에 있던 녀석의 담배를 냉큼 뺏아들곤 불을 붙였다. 하얗게 빠져나가는 연기가 마음을 안정시키는 기분. 연기 끝에 어른어른하게 아까 그 녀석의 얼굴이 보이는 듯도 했다. 


부이잉- 부이잉- 


[!!]

[너 진짜 그 벨소리 좀 바꾸라니까.]

[시꺼, 닥쳐봐.]


메일이 도착한 소리에 급하게 잠금을 풀고 메일함을 열자 보이는 낯선 주소. 그 였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메일을 꾹 눌렀다. 그에게서 온 메일은 일본어로 깨끗하게 번역되어 있었다. 나도 번역 해서 보낼 걸 그랬나. 키드는 잠깐 후회했지만 그것보단 그의 메일 내용이 중요했다. 눈이 급하게 움직였다. 


- XXX호텔에서 묵고 있어. 저녁 10시부터 자유시간이니까 그때 잠깐 나갈 수 있을지도.


[오예!!!!!]


키드는 펄떡펄떡 뛰었다. 제가 읽은 내용이 잘못되었거나, 사실은 너무 만나고 싶어서 환각을 본 거라던가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몇 번이고 읽어보았지만, 확실했다. XXX호텔이라면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었다. 10시라고? 생각보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다지 문제되지는 않았다. 지금이 5시니까, 앞으로 다섯시간. 몇 번이고 다시 읽는 탓에 액정에 땀과 지문이 묻어났지만 키드는 개의치 않고 제 옷에 몇번 대충 닦았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확인해봤지만 분명히 제가 아는 단어였고, 언어였고, 내용이었다. 두근두근 뛰는 심장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손 끝에서 떨리는 담배가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담배를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이렇게 두근거리는데 담배 따위 피울 수 있을 리가. 거의 새 것이나 다름없는 담배를 땅에 던지자 주위 친구들이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봤지만 그건 중요치 않았다. 


[야, 나 집 갔다 올게.]

[에? 지금 간다고?]

[엉. 지금.]


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녀석이 쭈그리고 있던 무릎을 피며 몸을 일으켰다. 멍청아, 오늘 집회야. 곧 출발해야 하는데 무슨 소리야. 그제서야 오늘 제가 소속된 폭주족의 집회가 있는 날인 걸 깜빡 했다는 게 생각났다. 아, 젠장. 키드는 땅에 침을 뱉었다. 집회, 몇 시에 끝나더라? 그의 말에 노란 머리의 녀석이 시계를 들여다보며 9시쯤 끝나지 않을까- 라고 중얼거렸다. 


'9시면… 그래, 괜찮아. 그정도면.'


9시에 마친다고 쳐도 집에 가서 씻고 나올 시간은 될 듯 했다. 아까는 경황이 없었지만 두번째 만남에는 깨끗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리라. 







*






헉헉거리며 도착한 그 곳, XXX호텔. 키드는 숨을 고르며 제 애마를 주차시켰다. 평소보다 늦게 끝나는 집회에서 억지로 빠져나온 탓에 씻지도 못한 건 물론이요, 10시가 훨씬 넘어 도착한 해 헉헉거리며 호텔 프론트로 향했다. 급하게 뛰어가서 프론트에 대고 한국에서 온 남자고교생들 있죠? 라고 윽박지르던 그의 등 뒤로 콕콕 찌르는 손길이 느껴졌다. 


[아, 뭐야?!]


한껏 짜증내며 뒤를 돌아본 그의 앞엔 새카만 눈이 마주하고 있었다. 로우였다. 제가 방금 짜증낸 것 조차 잊고 어버버 거리는 키드의 소매를 붙잡고 박력있게 끌고나온 로우는 그를 호텔 문 밖까지 끌고 나와서야 소매를 놓아주었다. 호텔 밖의 바람이 시렸다. 로우는 저를 끌고 나와서 아무런 말도 하지않고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저항 한번 못하고 끌려온 키드는 로우의 모습에 땀만 뻘뻘 흘리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혹시 호텔 로비에서 시끄럽게 굴어서 화났나? 너무 늦었나? 많이 기다렸으려나? 그게 아님 나 땀냄새 나나? 아무 말 하지 않고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로우의 모습에 조심스럽게 이름을 불러보았다.


[토, 토라- 토라파루-]


더듬거리는 그의 목소리에 로우가 고개를 들었다. 키드보다 조금 작은 그는 키드를 한번 올려다보더니 고개를 살살 내저었다. 


"발음 존나 구린데? 다시 따라해봐. 트-라-팔-가-로-우-."

[토, 토-라-포-아-루-]

"아, 됐음. 그냥 로우. 로-우."

[로-우, 로-우.]

"잘했어."


로우가 빙긋 웃으며 키드 팔을 톡톡 두드려주었다. 그리곤 핸드폰 액정화면을 수줍어하는 키드의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아, 번역기를 쓰고 있었던 건가. 키드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졌다.


-너 이름이 뭐랬지?

[유스타스 키드]

"유스타스 키드? 이름 간단하고 좋네."

[응, 유스타스 키드.]


헤벌쭉하고 벌어지는 입을 다물 줄 모르는 키드. 로우가 대체 뭐라고 말하는 지는 모르지만 제 이름을 불러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다. 헤헤 넋 빠진 사람처럼 웃으며 옆에서 꼼질꼼질거리고 있자 로우가 픽 하고 웃었다. 로우가 웃는 얼굴만 봐도 그저 좋은 키드는 뭘 말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도 잊고 그의 얼굴이 닳도록 쳐다만 보고 있었다. 때마침 요란하게 우는 배꼽시계. 키드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뭐야, 너 아무것도 안먹었냐?"

[음… 미안.]


머쓱한 듯 머리를 벅벅 긁는 키드를 보고 아까 봐 두었던 편의점에 갈까 싶어 로우가 손목을 잡고 이끌자 종종종 따라오는 키드. 반짝이는 네온사인과 빌딩의 불빛, 그리고 눈아프게 빛나는 차들의 헤드라이터를 뚫고 횡단보도를 차분히 건넌 로우가 편의점 앞에 도달해서 키드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우르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차 엔진소리, 손님을 부르는 삐끼의 외침 사이에서 너 안 먹어? 라고 묻는 로우의 목소리가 정확하게 날아와 꽂혔다. 그를 물끄러미 보는 로우를 보며 배를 긁적이던 키드가 잠깐 무언가를 고민하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아냐, 편의점 말고.]

"? 뭐야, 안먹어? 배고픈 거 아냐?"

[음….]


키드는 다시 로우를 내려다보았다. 고개를 젖히며 안먹냐고 물어보는 로우의 얼굴에 잠시 넋을 잃다가 제정신을 차렸다. 이 근처에 자주가는 라면 가게가 있었지. 로우에게 그걸 먹여주고 싶은 마음에 편의점에 끌고 들어가려는 로우의 손을 역으로 이용해 팔목을 탁 하고 움켜쥐었다. 뭐냐, 싶은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는 로우를 가볍게 당기며 손짓을 했다. 


[저기, 맛있는 라면 집 있는데 거기 가자. 내가 살게.]

"? 뭐라는거야? 저 쪽 편의점 라멘 먹고 싶다고?"


로우나 키드나 상대의 말은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일단 키드가 가자는 대로 따라가자 작고 허름한 라면가게가 나왔다. 밥 먹은 지 얼마 되지않은 로우는 그닥 라면이 땡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현지인이 안내하는데 돈아깝진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얼마되지 않아 라면을 두그릇이나 먹고 나온 그는 남고생의 위장이란 블랙홀과 같다는 걸 새삼 깨달았고, 계산하려 지갑을 꺼내자 키드가 두 손을 펄럭펄럭 내저으며 그를 가게 밖으로 밀어내곤 제가 계산을 하고 나왔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키드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로우를 보며 덩치에 맞지않게 쑥쓰러워하던 키드가 지갑을 교복바지 뒷주머니에 아무렇게나 구겨넣었다. 로우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지갑을 그렇게 구겨넣으면 어떡하냐? 옷 구겨지잖아."


교복 셔츠가 지갑과 함께 바지주머니에 밀려들어간 것을 혀를 차며 꺼내주자 키드 얼굴이 홍당무처럼 타올랐다. 여기 어디 밤 거리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그리고 로우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일본 녀석, 나한테 반한 거 맞는 것 같다고. 잠깐만- 하는 로우의 말과 함께 징징거리는 진동소리가 연속적으로 울렸다. 얼굴이 빨개진 채 열심히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있던 키드가 다시 로우 쪽으로 얼굴을 돌릴 때 쯤은 이미 번역기 어플의 문장은 완성되어 있었다. 


-당신이 나 이상적으로 좋아합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한 키드가 몇 번을 읽더니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 하자 로우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빙빙 돌려서 말해주려고 하니 번역기가 말썽이었다. 이 놈은 대체 어쩌자고 내가 외국인인 걸 알고도 붙드는 걸까? 로우는 번역기어플의 문장을 지운 후 다시 써내려갔다. 옆에서 화면을 들여다보고있는 키드로썬 낯선 꼬부랑 글자를 두 엄지로 빠르게 쳐 내는 로우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잠시 후 번역을 누르자 나타나는 문장에 키드는 먹었던 라면을 코로 토할 뻔 했다. 


-너, 나랑 섹스 하고싶어?


[무, 무슨!! 그런!! 그런…!]


공중으로 펄쩍펄쩍, 그것도 백구십도 훨씬 넘어보이는 거구가 길거리에서 펄떡펄떡 날뛰는 꼴은 보기가 좀 그러했던지라, 로우가 그의 소맷자락을 꽉 쥐고 끌어 내렸다. 진정하고 할 말 있으면 번역기 돌려. 로우가 핸드폰을 가리키자 얼굴이 터져버릴 듯 붉어진 키드가 우는 소리를 내며 떨리는 손으로 문장을 적어내렸다. 한참동안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문장을 고치고 또 고치던 키드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화면을 보여주었다. 손의 떨림과 함께 진동하는 탓에 글을 읽기가 힘들었던 로우가 키드의 손을 부여잡고 글을 읽자 손을 잡았다는 느낌에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는 키드.


-하고싶다…하지만 역시 무리일까요?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교제 후


푸흑. 로우의 웃음이 터졌다. 번역기라는 거, 이렇게 재밌는 거였구나. 한번 시작된 웃음은 입술에 스며들듯 번졌고 결국은 온 몸으로 번져 로우는 어깨를 들썩이며 끅끅거렸다. 키드는 부끄러워서 얼굴을 가리고 싶었지만 차마 제 손을 로우의 손아귀에서 빼고 싶지는 않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한참을 큭큭거리며 웃던 로우가 제 핸드폰을 꺼내 다시 뭐라고 톡톡거렸다. 키드는 그제서야 해방된 제 손에 얼굴을 파묻고는 털썩 주저앉았다. 


'손에서 로우 향 난다….'


제 손에서 나는 낯선 향에 더 수줍어진 키드는 손에 얼굴도 묻지 못하고 팔에 얼굴을 비볐다. 사랑에 빠진 소녀도 아니고, 이 나이에 무슨 일이래. 징징거리는 키드의 눈높이에 맞추어 쪼그려앉은 로우가 그를 툭툭 쳐서 고개를 들도록 한 후 환한 액정화면을 그의 코 앞으로 들이댔다. 벅벅 얼굴을 비빈 탓에 눈이 벌개진 키드가 액정을 보자 액정에 떠 있는 말은 아까전 보다 더 충격적인 문장이었다.


-너 귀엽네. 나 남자는 처음인데 너라면 괜찮을지도. 성병 없지?


[?!]


아까보다 더 펄쩍 뛰는 키드를 보며 재밌는 장난감을 보듯 킥킥거리는 로우. 이야, 너 높이뛰기 해도 되겠다. 로우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지만 이미 들리지조차 않는 듯한 키드는 뛰다 못해 뒤로 벌러덩 넘어졌고, 로우는 그를 보며 한참이나 웃다가 허겁지겁 일어나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지도 못하고 무시하지도 못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로우의 손가락을 하나 가볍게 터치하곤 제 힘으로 일어난 키드. 울 것 같은 얼굴의, 아니, 이미 울고 있는 듯한 키드의 얼굴 앞으로 핸드폰을 다시 들이댔다. 이번엔 또 뭐야- 키드의 머릿속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액정이 위험스레 번득였다.


-모텔, 가자


[끄아아악!!]


신주쿠 밤 거리에 괴상한 비명이 울려퍼졌다. 옆에 큭큭거리는 웃음소리가 섞인 채.












---------


아... 제목 뭐하지. 그냥 여기서 끊을까...? 더 써? 말아?













현대 AU 이므로 일본인이지만 이름은 유스타스 키드. 한국인이지만 이름은 트라팔가 로우. 


커플링은 키드로우!


각 국 남고생 꽁냥꽁냥이 보고싶어서 지름.








*

[이봐,]


로우는 어떤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제가 반 아이들과 떨어졌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아, 시발. 어디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그의 앞에 커다란 그림자가 졌다. 고개를 슬쩍 올려 쳐다보니 그림자의 주인은 꽤나 껄렁해보이는 사내였다. 청년인가? 로우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약간이지만 어린 티가 나는 걸 보니 고등학생 혹은 대학생 쯤 되어 보였다. 일본인들의 나이는 몇 번을 들어도 추측과 꽤나 거리가 있었으니까. 


'삥 뜯으려고 그러나?'


로우는 여차하면 달려갈 준비를 하고 경계태세를 취했다. 상대의 신장은 꽤나 커서, 한 달음에 붙잡힐 지도 모르지만 수학여행와서 애꿎은 양아치에게 돈 뺏기고 국제미아가 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상대가 손을 들어올렸다. 이동 반경을 예측하며 잔뜩 긴장하고 있는 로우가 우습게 그 손은 그의 머리로 올라갔다. 


[저… 그러니까 너 이 근처 사냐?]


뭐라고 씨부렁거리는 거야? 로우는 저를 상대로 일본어를 걸어오는 상대를 보고 약간 짜증이 났다. 일본인으로 보였나? 하지만 할 줄 아는 일본어라곤 곤니찌와, 아리가또, 스미마셍 밖에 없었다. 손톱만큼도 흥미 없는 과목인 일본어를 알 까 보냐. 로우는 제 가방을 꽉 붙들곤 매섭게 그를 째려봤다. 그는 제 눈빛에 당황한 듯 한 걸음 물러서더니 두 손을 들어 세차게 흔들며 일본어로 뭐라뭐라 말했다. 당황한 듯한 얼굴을 보니 아무래도 제 지갑을 노리는 놈은 아닌 듯 싶었지만 경계는 풀지 않았다. 여긴 외국이니까. 로우가 눈을 재빨리 돌려 제 친구들을 찾았지만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돈 뺏거나 그러는 거 아니니까! 진짜 그런 거 아니고… 그러니까….]


키드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 생각 없이 평소처럼 학교를 땡땡이치고 게임센터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는데 산책 겸 좀 걸어볼까 하고 나왔던게 별로 익숙치 않은 곳 까지 와 버린 것이었다. 지도를 찾으려 폰을 꺼내드는데 순간 제 눈에 스친 한 남자. 잘 봐줘봤자 고등학생인 그를 본 순간 키드는 정말 만화처럼, 온 심장을 뺏겨버린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 여자도 아닌 남자냐 라고 물으면 할 말은 없었다. 그저 그를 본 순간, 그는 사랑에 빠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의외로 빠른 걸음에 아차하는 순간 놓칠까봐 그의 앞 길을 막았지만 그는 자신을 그저 양아치로 보는 듯 했다. 아무렴, 그 어떤 바른 학생이 머리를 빨갛게 물들이고 이 시간에 이 곳을 어슬렁거릴까. 심지어 교복도 입은 듯 만 듯 하게 대충 걸친 차림이. 그걸 그의 앞에 서고 나서야 깨달은 키드는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였다. 대뜸 연락처를 가르쳐달라고 하는 것은 그렇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었다. 그의 친구들 사이에선 꽤나 흔한 일이었기에. 그런데 문제는 그가 남자라는 것이었다. 보통, 남자가 남자에게 연락처를 묻나? 키드는 잠깐 고민했지만 점점 날세운 눈으로 바라보는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우물쭈물거리면서도 말을 내뱉었다. 


[한…눈에 반했는데… 메일 주소 좀 줘.]


'얘가 뭐라는 거야, 자꾸.'


자꾸 일본어로 말을 걸어오는 키 커다란 양아치 같은 놈 때문에 로우는 짜증이 났다. 나 일본어 모른다고. 대체 왜 덩치 산만한 사내놈이 말도 똑바로 못하고 우물거리는 건데? 물론 알아듣진 못하지만 그 태도부터 신경질이 난 로우가 귀찮은 말투로 툭,


"I'm Korean."


이라고 말하자 양아치 녀석은 꽤나 놀란 듯 보였다. 뭐라고 자꾸 묻긴 한데 다 일본어여서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 로우는 뭐라는지 모를 양아치녀석보단 헤어진 제 일행들을 찾는 게 더 급했다. 


키드는 로우의 영어를 듣고 일본인이 아니란 사실을 그제서야 눈치챘다. 


'젠장, 나 영어 모르는데.'


찌푸린 얼굴로 키드가 잠시 망설이더니 로우를 향해 잠시 기다리라는 손짓을 했다. 번역 어플을 찾으려고 난리를 피우는 키드의 코 앞에 커다란 액정의 스마트폰이 스르르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 저는 한국인 입니다.


[한국인?]


키드는 그 화면을 들이민 로우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한국인. 그런가- 한국인은 같은 아시아인이니까 헷갈릴 수도 있지.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그의 앞으로 다시 액정이 들어왔다.


- 용건이 없으면 가겠습니다. 일행이랑 떨어져서.


[자, 잠깐!!]


얼떨결에 폰을 내민 손목을 붙잡은 키드는 저를 쳐다보는 로우의 눈에 두근거려 조심스럽게 다시 손목을 놓았다.


-한눈에 반한. 메아도 가르쳐줘.


 급하게 다운받은 번역 어플에 몇 자 구겨넣어 그에게 보여주자 그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왜지? 번역이 이상한가? 쓰벌, 번역기.'


키드는 다시 제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아무 생각없이 평소처럼 쳐 넣은 탓일까. 그는 번역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서 문장을 국어책 마냥 깔끔하게 다시 써서 번역기를 돌렸다. 그리고 조금 길어진 문장을 다시 그에게 보여주었다. 


-한눈에 반한. 메일 주소 가르쳐주세요.


눈썹이 살짝 치켜올라갔다. 키드는 침을 꼴깍 삼키며 로우의 표정을 살폈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포기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놓치면 안 될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로우는 한참 키드의 액정화면을 들여다보다 다시 키드를 한 번, 그리고 다시 액정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제가 알아들은 말이 맞은 것일까. 원래 한국어가 번역하기 개같은 언어긴 하지만 아무리 봐도 메일주소에게 한눈에 반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이 빨간머리의 양아치는 지금 제게 번호를 따는 듯 했다. 번호가 아니라 왜 메일주소지? 아니, 그보다 눈이 삐꾸인가? 내가 여자로 보이나? 로우의 손가락이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나 남잔데.


양아치의 표정이 멀뚱했다. 그게 뭐 어때서? 라는 얼굴이랄까. 일본은 게이가 흔하던가. 로우는 대충 그러려니하고 넘겼다. 아니나다를까 다시 보여지는 화면에는 알고있다는 대답이 떠 있었다. 로우는 잠시 궁금증을 가졌으나 곧 생각하길 포기했다. 지금 이 양아치는 제가 외국인인 걸 알면서도 대쉬를 하는 중이니까. 로우는 멀뚱하게 핸드폰을 들여다보다 키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메모, 메모 켜 봐."


[메모?]


"그래. 그래야지 쓰지."


메모라는 단어는 아는 모양이군. 로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키드가 급하게 메모 어플을 켰다. 그리곤 영어자판으로 변환한건지 로우가 건네받은 화면은 영어 키보드가 떠 있었다. 톡톡톡- 진동이 울리는 화면을 몇 번 터치한 로우는 제 메일 주소를 적어주곤 그에게 다시 핸드폰을 건네줬다. 이걸로 더 길을 막진 않겠지. 남자에게 번호를 따였다는 의식은 하나도 없는 로우는 핸드폰을 소중히 받아드는 키드를 뒤로하고 다시 걸어갔다. 


[어, 어!! 이봐!]


그의 목소리에 로우가 고개를 돌렸다. 귀찮다는 기색이 만연한 얼굴에 대고 양아치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 이름은 키드, 유스타스 키드다! 이따 메일 할테니까 꼭 답해!]


그는 몇 번이고 저를 가리키며 키드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이름을 가르쳐 주려는 듯 하는데, 그 모습이 어린아이 같아 로우도 피식 웃음이 났다. 이 습한 곳에서 처음으로 웃음이 났다. 로우도 저를 검지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또박또박 이름을 말했다. 


"로-우. 트라팔가 로-우다."


나이가 어리지도 않은 사내 둘이서 뭘 하는 건지. 어이없는 기분과 함께 남자에게서 번호가 따였다는 미묘한 자만감이 차올랐다. 로우는 손을 대충 흔들어주곤 제 일행을 찾아나섰다. 멀리서 한국어가 들려왔다. 웅성거리는 걸 보니 같은 반 녀석들이 틀림없었다. 지금 시기에 수학여행 온 학교는 저희들 뿐인 듯 했으니까. 로우는 그 쪽으로 발을 재게 놀렸다. 습한 하늘이 파랗게 부서지는 10월 어느 날 이었다. 





-----------------



한 편으로 끝날 생각은 안했지만 생각외로 길어질거 같아서 두렵다...



















원피스 패러랠로 쓰려면 좋은 커플링이 잡혀야 하는데 뭐가 좋을까?


트윗에 떠돌던 벚꽃이 피는 계절이야! + 중간고사 기간이군. 이거도 좋지만 그런 걸로 비슷한 거 있으면 좋겠다. 


로우키드나 키드로우로... 로우가 한국 남학생 키드가 일본 남학생! 일본에 수학여행? 비슷하게 온 로우를 키드가 발견하고 사랑에 빠지는 것임 후후.... 벌써부터 좆망의 스멜이 나지만 뭐 어때. 썰인데. 그리고 말 걸어보는데 로우는 한국애라서 말을 잘 못함. 근데 키드가 안절부절못하고 어디 애냐고 안되는 영어로 묻고 못 알아듣겠으니까 그냥 아이 라브 유!! 이렇게 외쳐라. 로우 깜짝 놀라지만 도망가고 그런 체질은 아니라 멀뚱하게 보고있으니까 키드 일본어로 아 존나 잠깐만, 기다리라고... 제발 이름이랑 전화번호, 아니 메일주소만 알려달라고. 자기가 너네나라 언어 공부하겠다고 주절거리는데 로우는 당연히 1도 못알아들음. 그래서 키드 번역기어플 찾음.


一目でほれた。名前とメーアド教えてくれね?>한눈에 반한. 이름과 메아도 가르쳐군요?


1도 못알아들음. 그래서 메아도? 라고 하니까 키드가 줄임말 쓰면 안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잘 써서 번역기돌림. 


一目でほれた。名前とメールアドレス教えてくれない? 한눈에 반한. 이름과 메일주소 가르쳐주세요? 


그래서 대충 이해는 해가지고 자기도 번역어플로 보여주는데 


나 남잔데.> 보쿠 오토코다.


키드가 알고있다고!!! 버럭버럭짜증내면서 얼굴 붉히기. 


싯테루>알고있다

다메까?>안됩니까?


번역체가 기괴한 존댓말이어서 로우가 풋 하고 웃음. 그러니까 한번 더 빨개지는 키드. 로우가 키드 폰에 메모장 내라고 메모, 메모, 이래가지고 메일주소 쳐줌. 이때 로우는 왜 메일주소인지 1도 모르지만 일단 쳐줌. 귀여워서. 원래 일본애들은 카톡이나 전화번호교환보다 메일주소교환 많이함. 한국이랑 다름.


키드가 메일주소받고 좋아서 헤실헤실거리는데 로우는 덩치도 커다랗고 양아치같은 놈이 이런걸로 좋아하다니 이상하네. ㄹ그보다 일본은 게이가 많구나. 라고 생각함. 이렇게 길거리에서 번호도 따는구나, 하는 잘못된ㅋㅋㅋ인식을 가지고 애들 있는데로 돌아가려는데 키드가 또 번역기어플 보여주고 ㅋㅋㅋㅋㅋ번역기가 전하는 사랑ㅋㅋㅋ


도코이쿠노? > 어디 가?


친구들한테>토모다치니.


기괴한 일본어지만 키드도 눈치로 때려맞춤. 그래서 번역기어플로 대화 몇 번 하고 나니까 로우가 한국인에 수학여행온 걸 알게됌. 키드는 더럽게 운 없는 제 연애운에 짜증폭팔함. 그리고 묵는 호텔 확인하고 밤에 찾아감. 


호텔카운터야 당연 일본어되니까. 그리고 영어도 되겠지. 그래서 키드가 로우 불러달라고 하니까 그걸 로우 담임한테 영어로 전해줌. 로우 담임ㅇ 여자여서 키드 보고 바들바들떰. 그리고 로우 불러다 주는데 둘이 만나서 아무 말 없이 번역기만 돌리고 있어서 뭔가해서 물어보는데 로우가 거부함. 


그러다가 갑자기 키드 호출전화오고. 로우한테 마지막으로 번역기로 


오늘 밤. 12시. 호텔 정문 앞. 기다릴게. 이거 보여주고 감. 


사실 키드는 폭주족ㅋㅋㅋㅋㅋ아존나 막장잼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소집 갔다가 밤 12시에 로우 만나러 다시 옴. 로우가 의외로 나와있었음. 그래서 오토바이 끌고와선 타라고 하는데 로우 극거부. 그래서 걍 오토바이 근처에 세우고 둘이서 밤에 편의점에서 뭐 사가지고 나와서 의자에 앉아서 묵묵히 번역기 대화. 로우도 그닥 싫어하진 않는 듯?ㅋㅋㅋ여기까지 해주니까 ㅋㅋㅋ


로우가


너 내가 이성으로 좋아? 하고 번역하는데 이성이 이상하다는 그 이성으로 나와서 키드 이해못함. 그래서 로우가 직구던짐. 


너 나랑 섹스하고싶어?>아나타 와타시토 섹스시타이?


그래서 키드가 놀래가지고 울그락푸르락하면서 펄쩍 뛰더니 의자를 뱅뱅 맴돌다 다시 쭈그려앉아서 번역기씀. 


したい。。けどまだ無理でしょ?もう少し時間を持って付き合えてから。。。>하고 싶다. . 그렇지만 아직 무리 일까요 ? 좀 더 시간 을 가지고 교제 후 . . .


개빵터짐. 로우가 그래서 


너 귀엽네. 나 남자는 처음인데 너라면 괜찮을 듯. 성병없지? 라고 하니까 존나 키드가 펄떡펄떡ㅋㅋ한마리 낚아올린 송어마냥ㅋㅋㅋ그래서 모텔 바로 가는데.... 



여기부터 킫로일지 로킫일지 고민이닷. 내일 마저 써야지 ㅋㅋㅋㅋ





--->> 이어서




킫로로 하자! 


로우가 콘돔 뜯음... ㄴㄴ 로우 빗치아님 걸레도 아님. 근데 뭐 호기심에 게동을 본 적은 있는? 그런 애. 씻고 온다면서 가서 이제 뒤를 열심히 씻고....센조이. 키드가 먼저 씻고 나와서 로우 기다리는데 안절부절안절부절ㅋㅋ 그리고 로우가 이제 뒤 씻는다고 좀 걸리는 동안 티비 트는데 하나같이 야동이라서 으아아아 거리면서 자꾸 자기 꺼 서는거 민망해서 이불로 가리고 징징짜고 있는데 로우가 지친 몸으로 나옴. 하도 뒤를 씻었더니 몸이 풀린 것. 그래서 어질어질해가지고 벽 짚고 서 있는데 키드가 놀라가지고 로우 부축하러 달려오지만 덜렁이는 커다란 그것ㅋㅋㅋ


시발 존나 크네.. 로우가 끙끙거리면서 앓는 소리내고 키드는 좃도 못알아듣곸ㅋ 그래서 로우 침대로 데려가서 눕히고 저는 졸라 공손하게 무릎꿇고 앉음. 그래서 로우가 뭐해, 안해? 하면서 제 샤워가운 제끼니까 키드가 당황하다가


이...이타다키마스 > 잘 먹겠습니다


이지랄하고 저혼자 얼굴 뻥 터져서 조심조심함. 키드도 여자애들이랑은 떡쳐본적 있어도 남자는 처음.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조심스럽게 가운 벗기니까 로우가 다리 슥 벌리면서 제 회음부 노출하고, 키드는 아니 이게 남자 처음이라면서 보통 빗치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눈이 뱅뱅돔. 그리고 로우가 열심히 씻은 덕분에 많이 풀어진 그곳을 살살 달래서 벌리고. 키드가 콘돔 존나 능숙하게 뜯으니까 로우가 조ㄹ라 비꼬는 듯이


콘돔 많이 써봤나봐? 이랬는데 키드는 콘돔만 알아들음. 그래도 뭔가 분위기란 게 있잖슴ㅋㅋㅋ 그래서 어;;; 어어ㅓ;;;; 이러면서 당황하니까 로우가 걍 끼라고 대충 손짓함. 키드거 터질거같이 커져가지고 로우가 겁 좀 먹긴 했지ㅏ만 이미 일이 이렇게 됏으니 물릴 수도 없고. 그래서 다리 벌려서 잡곤 살살해라고 하는데 키드가 꾹 밀어넣는 순간 아파서 숨이 안쉬어지고. 그래서 키드가 놀라가지고 확 빼니까 로우 죽으려고 그러고. 눈물 맺힌 로우 뽀뽀로 달래주면서 손으로 다시 만져주다가 느끼는 지점 찾아서 손으로 한발 빼줌. 


ㅆㅣ발 이새끼 선수잖아... 


로우 존나 빡쳐하고 짜증나서 뒤집어가지고 제가 상위자세로 천천히 밀어넣음. 아파죽겠지만 꾹꾹 참으면서 밀어넣는데 키드는 안절부절...따끈하게 기분은 째지는데 너무 좋아하면 로우 빡칠까봐 미묘하게 웃픈표정.

로우가 힘들게 밀어넣고 다 밀어넣으니까 헉헉거리면서 숨 고르는데 키드가 로우 배 쓰담쓰담. 


[움직일게]


키드가 웅얼거리고 로우잡고 살살 흔들고 뭐 어쨋든 그래서 로우 잘 느끼고 허리 박살나지않게 조심해서 함. 호텔에 가야하니까 적당히 하라고. 무튼 둘다 제대로 느끼고 키드가 엉겁결에 키스 하려다가 멈추고, 로우가 훅 다가가서 키스함. 


떡 실컷 치고 로우는 호텔로 들여보내고 키드도 집에 돌아감. 그리고 수학여행 돌아가기 전날에 키드가 또 옴. 그리고 메일 보냈다고 꼭꼭 답장하라고 울먹울먹. 알겠다고 하고 로우가 토닥토닥. 



그리고 로우 한국 돌아가고 키드도 일본에서 학교생활함. 꾸준하게 로우한테 메일 보내는데 키드가 진짜 지극정성으로 메일 보냄. 로우는 그거 번역기돌려서 다 읽고. 근데 로우는 야자하는 한국의 일반적인 고등학생이라서 밤 밖에 시간이 안됌. 그리고 키드는 밤에 시간이 안됌. 모집 가야해서. 그래서 자꾸 엇갈리고. 


로우는 한국어로 메일 보내면 걔가 못읽을 거 같아서 일본어 번역기 돌려서 보내는데 독어클래스 들어가지고 일본어 1도모름. 그래서 혹시나해가지고 늘 번역 이중으로 돌려서 확인하고 보냄. 근데 구글번역기가 그렇듯 한>일 은 존나 잘 번역하는데 일>한 개 거지임. 그래서 로우는 늘 잘 쓰는데 비해 키드가 개병신임. 로우가 하나도 못알아들은 티가 남.  그ㅐ래서 키드는 자주가는 가게 알바생? 점원? 인 한국인한테 부탁해서 한국어를 배우기로 함. 가나다라부터 하는데 개거지임. 그래서 메일로 로우한테 징징댐. 한국어 어렵다고. 그런데 로우가 일본어 배우기엔 좀 빠듯한 시간이어서 (고2) 자기 수능 끝나고 일본어 배울테니까 너도 한국어 배우라고 달램. 로우는 사실 별 생각 없었는데 키드가 엄청 적극적에 정성가득이어서 키드가 귀여워져가지고 우쮸쮸함. 


키드는 일명 문제아였는데, 로우때문에 한국어 공부한다고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존나 꼬박꼬박공부. 물론 한국어공부만 함. 그리고 알바생이 잘 가르쳐줘서 더듬더듬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됌! 기적의 3개월! 로우가 수학여행간건 1학년 말이니까 11월쯤? 그리고 키드가 열심히 물밑작업을 두달 정도 하고 1월되서 아 존나 공부해야겠다 ㄱ싶어서 한국어공부 하고 3개월만에 단어를 말하게 됌! 그래서 4월부터 한국 드라마 영화를 싹쓸이하듯 보기시작. 근데 드라마 자꾸 보고 그러니까 로우 보고싶어져서 시무룩. 로우한테 사진을 보내달라고 함. 사진 보내줌. 그걸로 물고빨고핥고 1개월을 그러다가 5월쯤 되서 키드 알바시작. 돈 모아서 로우에게 놀러가려는 계획. 8월부터 방학이니까 가야지 하고 삼개월치 알바비를 모음. 근데 로우가 8월초에 조금 쉰다고 해서 거의 반년만에 한국에서 만날 수 있게 됌. 7개월쯤 공부하고 나니까 문장이 대충 완성이 되는 정도?에 달함. 키드. 여전히 듣기랑 말하기는 잘 안되지만. 


한국에서 만나가지고 너무너무 좋아서 줄줄 우는 키드를 달랜다고 애쓴 로우. 맛있는데 델꼬가서 먹이고 토닥토닥. 로우가 키드 자기집에서 재우려고 하니까 키드가 


[호텔, 예약하다.]


뭐 이딴식으로 말함. 그래서 ㅇㅋㅇㅋ해서 갓더니 꽤 좋은데 잡음. 안에서 술 까자고 키드한테 편의점가서 사오라그럼. 키드도 존나 보통 액면가가 아니어서 바로통과. 호텔에서 술 까고 마시는데 취하기 시작하니까 번역기 돌리기 존나 귀찮아진 로우는 걍 한국어로 말하고 키드는 알아들으려고 정신이 없음.. 로우가 수능 좆같다고 짜증난다며 펑펑 퍼마시다가 기절잠. 그래서 키드는 로우 침대에 올려서 단추 몇개랑 벨트 풀어줌. 근데 로우가 넘 꼴릿해서 혼자서 딸침. 딸치는데 로우 깸. 그래서 어엌시벌 하다가 로우가 


그래 시발. 이걸 왜 안꺼내나 했네. 


이러면서 잠결에 대딸침. 로우 그날 친구집에서 잔다고 구라치고 집 안감.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키드 데리고 서울 구경시켜주는데 키드가 로우사진만 존나 찍음. 그리고 떡 한번 치고 헤어짐. 키드 일본 돌아가고. 그리고 다시 로우는 수험생 키드는 알바 졸라 함. 또 가려고. 


그리고 딱 키드가 한국어 공부한지 1년만에, 대충 회화를 할 수 있게 됌. 그래서 너무 기쁜 나머지 한국 가려고 그랬는데 로우가 오지말라고 함. 자기 이제 수험생이라고 너 오면 공부 못한다고. 


키드 졸라 쑥스러워서 방방뜀. 그리고 아직 되먹지못한 한글로 메일 보냄. 


[4월이다. 벚꽃구경 같이 가면 좋겠다. 로맨틱~]

4월은 중간고사 시즌이지.


<썰참조>


[7월에 불꽃놀이 많다. 같이 가고 싶어.]

기말고사!!! 모의고사!!!


ㅔ[8월 방학했어! 너무 더워. 보고싶어.]

난 시원함. 학교 에어콘 짱짱.


이딴식? 그렇게 아련하게 주고받고하다가 키드 친구랑 한국 또 감. 그리고 친구 떨궈놓고 맨날 로우네 학교 멀찍히서 바라보다가 호텔 돌아오고. 


아졸려. 내일 이어서.


-------------------------------



방학하고 로우보러 서울까지 온 키드가 아예 본격 대학교를 한국에서 다니려고 그러는데 공부한게 지지리도 없어서 하나도 모름. 대학교 못다니니까 징징대면서 로우한테 메일보내고. 로우도 상황 듣고 어이가 없어서 쓰담쓰담해줌. 걍 일본 가서 공부하라고. 철없이 이러기는 나이가 많다고. 키드는 로우 꼭 끌어안고 한참 생각하고 로우는 키드한테 안겨서 공부.... 키드가 약 일주일간 로우랑 밤에 꽁냥대고 다시 일본 돌아감. 갑자기 안하려던 공부하려니까 될 리가. 근데 키드 아빠가 무슨 기계? 부품? 같은거 전문 장인인데 키드도 어렸을때부터 보고자라서 좀 함. 그래서 아빠 졸라서 한국시장 진출하라고 하고 자기가 한국에서 영업하겠다고 해서 오케이받고...(존나 포지티브하네) 그리고 로우 수능 끝나고 대학발표날때쯤 키드도 학기 끝남. 아빠한테 일 배우고 그러느라 잠시 연락이 좀 뜸해서 로우가 이제 저한테 관심 없나 싶어서 좀 섭섭하긴하지만 걍 둠. 로우는 대학 입학하고, 어쩌다 만난 연상이 대쉬해서 사귀는데 섹스한번도 안함. 그냥 좀 찝찝해서 피했음. 근데 로우 가을학기 시작하고 나서, 대학 앞에 키드 정장입고 찾아와라. 기다리는 타입 아니니까 무작정 들어가서 로우 찾아다님. 로우랑 딱 마주치고, 그때 쯤 이미 여친은 헤어져잇는 가을타는 로우에게 대놓고 대쉬. 


나 이제 한국 살 수 있어. 로우랑 함께 있을 수 있어.


로우 꼭 안고 나지막하게 말하면 로우 그렁그렁해져라. 그래놓곤 안그런척 뭐하러 왔냐며 매정하게 굴지만 키드의 대쉬에 살살 녹아내려랏. 그리고 알게모르게 로우는 일본어 부전공해서 키드 기다린티 나라. 









>끝<


아... 근데 사실 고등학생의 꽁냥꽁ㅇ냥이 좋은건데... 대학생까지가면 뭔가 이야기의 완결 느낌이잖음!!!! 뻐어킹!!!!!!


써논건 대학생까지 갔지만 글 쓸땐 고딩에서 끝냈으면. 로우가 전국적인 수재여서 걍 여름방학이나 그럴 때 놀러다녀도 좋겠고 아님 로우 미술학도인거도 좋겠다. 그래서 여행다니는 게 필요하니까 일본 자주가랏. 그래서 키드랑 여름바다 다니고 온천도 다니고 골목 구석구석도 몰래 손잡고다니고. 키드가 좀쎈캐니까 로우 지켜주기도하고 노래방도 같이가고 그랬으면!!!!! 시벌탱!!!!!! 근데 그러려면 둘이 말이 통해야하는데!!!!!!! 로우 일본어전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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